찔레꽃/문경아제 우리 어머니 무명적삼처럼 하얀 보리목 뽑으려고 종다리가 울 때 피어나던 배고프고 서러웠던 꽃 이제는 환해졌네 우리 집 손녀딸만큼 곱네 들쳐업고 동네 한 바퀴 빙 돌고 싶네 시 2016.05.24
떼쟁이.1/문경아제 배가 남산만큼 부른 엄마가 외손엔 시장바구니 들고 오른 손엔 꼬맹이 공주님 손잡고 길을 갑니다 어디 가까운 마트에 들렸다 오는 모양입니다 저런 토닥토닥 잘 걸어가던 공주님이 길바닥에 주저앉네요 업고 가자나 보네요 것기도 힘든 엄마 속이 상해 꼬맹이 엉덩이 팡팡 떼쟁이는 앙.. 시 2016.05.20
흑수정(동시)/문경아제 아파트 뉘집에서 떼쟁이가 운다 무어라고 쫑알거리며 앙앙 울어댄다 까만 몽돌만한 공주님같은데 울음소리는 참 크다 산보다도 더 크다 자라면 노래 잘 하겠네 조 떼쟁이 공주님 시 2016.05.20
다시 태어나도.2/문경아제 여보시오 벗님! 우리 다시 태어나도 부부로 만납시다 그땐 우리, 삼신할머니께 막걸리 몇 잔 받아드리고 지금처럼 아프다 하는 소리 입에 달고 살아가는 약골이 아닌 튼튼한 강골로 만납시다 노래 잘 하는 당신은 카펜터즈의 카렌이 되어 노래 부르고 나는 당신 곁에서 시 쓰고 우리 집 .. 시 2016.05.15
찔레꽃/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 날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 시 2016.05.14
꿈/문경아제 햇살 따가운 눈 어린 한낮 젖먹이 아기는 등에 업고 또 한 꼬맹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젊은 엄마가 나들이 나섰다 등에 업힌 아기 고개는 왼쪽으로 잔뜩 젖혀졌고 앙증스런 통통한 다리는 멜빵사이로 추욱 늘어졌는데... 그래도 엄마 등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양 이긴, 꿈속에 있다 저 만큼.. 시 2016.05.12
아카시아.1/문경아제 실바람에도 부끄러워라 잎새에 살짝 얼굴 감추는 저 내숭쟁이 누구를 홀리려고 눈웃음 살살 치는가 바람에 등 떠밀려 하얀 꽃잎 사이를 속살거리며 지나가는 한 낮의 햇살은 눈부신데 굽이진 언덕길 휘돌아 서서 가쁜 숨 몰아쉬는 저 길손 고단한 어깨 잠시 내려놓고 새하얀 꽃구름 구경.. 시 2016.05.12
아카시아.3 아카시아.3 향긋한 꽃 내음 바람결에 밀려오면 울 누나 동그란 얼굴 생각이 난다 마루에 걸터앉아 오순도순 얘기 나누며 뒷동산 아카시아꽃 함께 바라보던 누나 바람타고 스리슬쩍 꽃향기 밀려오면 꽃 한 아름 꺾어다 주던 단발머리 누나 얼굴 그리워 진다 (2013.5.20.) 시 2016.05.12
엄마의 향수 온종일 어시장 좌판에서 생선 장사하시는 울 엄마 향수는 멘소래담입니다. 생선 비린내도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도 멘소래담이라면 쏴아아 가라앉습니다.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고마운 향수입니다. ㅡ김현욱(1977~ ) 예전에 가정에 있었던 소염진통제 멘소래담은 코끝.. 시 2016.05.11
밤/조지훈 누구가 부르는듯 고요한 밤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둘렛가에 보슬비 소리 없이 나리는 밤이있습니다. 여윈 다섯 손가락을 촛불 아래 가지런히 펴고 지단향 연기에 얼굴을 부비며 울지도 못하는 밤이 있습니다. 하늘에 살아도 우러러 받드는 하늘은 있어 구름 밖에 구름 밖에 높이 .. 시 201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