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실바람에도
부끄러워라
잎새에 살짝 얼굴 감추는
저 내숭쟁이
누구를 홀리려고
눈웃음 살살 치는가
바람에 등 떠밀려
하얀 꽃잎 사이를
속살거리며 지나가는
한 낮의 햇살은 눈부신데
굽이진 언덕길 휘돌아 서서
가쁜 숨 몰아쉬는 저 길손
고단한 어깨
잠시 내려놓고
새하얀 꽃구름 구경하며
한 세월 넉넉히 쉬었다가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