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러고 싶은 순간들/문경아제 오늘 같이 하늘이 희뿌연 구름으로 덮혀있는 날은 고향집 마루위에서 바라다보던 뭉실뭉실 피어올랐던 그 뭉개구름이 생각난다. 이처럼 속이 더북룩한 날은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얼큰한 잡고기매운탕이 그리워진다. 마늘잎 뜯어넣고, 또 마늘 다져넣고, 고추장 풀어넣고 끓인 특등매운.. 길따라 물따라 2019.08.15
별이 빛나는 밤에/문경아제 오늘밤엔 별빛이 유난히 곱습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를 놓은 별을 헤아려봅니다. 별을 헤아리며, 여름날 빨간 봉숭아꽃잎 돌팍에 콩콩찧어 손톱에 물들이던 우리 집 두째누야를 생각합니다. 삼단같은 치렁치렁한 머리끝에 갑사댕기 곱게 물린 우리 집 두째누야를 생각합니다.. 길따라 물따라 2019.08.13
뭉개구름/문경아제 여름하늘에 뭉실뭉실 피어오른 뭉개구름을 살펴보면 참 재밌다. 꿈쩍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구름도 있지만 바람에 등떠밀려 움직이는 구름도 많다. 구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엄마 바람은 덩치 큰 뭉개구름을, 아기 바람.. 길따라 물따라 2019.08.12
스마트폰 고치다/문경아제 로그인이 되지 않던 스마트폰을 어제 김천가는 열차안에서 고쳤다. 옆좌석에 앉은 젊은 아가씨에게 부탁했더니 힘안들이고 고쳐줬다. 뚝딱뚝딱 뚝딱뚝딱 ! 이것 한 번 뚝딱, 또 저것 한 번 뚝딱, 뚝딱뚝딱 뚝딱뚝딱 장단맞춰 뚝딱뚝딱. 여기요. 아가씬 생긋 웃으며 폰을 내밀었다. 몸도 맘.. 길따라 물따라 2019.08.12
영주 서천의 선비/문경아제 아침, 아홉시 반이 넘었는데 서천 폭포에 학창의 입고,짝다리 짚고 서 있는 저 백로는 아직도 아침식사를 못드셨나보다. 긴부리 들고 물속을 잔뜩 노려보고 계신다. 길따라 물따라 2019.08.12
어제 김천을 다녀오다/문경아제 동료 문인, 시조시인 최 예 환님이 부친상을 당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어제 김천을 다녀왔다. 최 시인은 고향이 선산 무을이라고 했다. 작고하신 어른께서는 김천을 기반으로 하여 살아가셨다고 했다. 김천은 1979년 12. 12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노태우에 의해 축출당한 대한민.. 길따라 물따라 2019.08.12
망중한/문경아제 아침, 아홉시가 넘었다. 조금 전에 집사람에게 멀건 죽한사발 얻어먹고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천정을 올려다본다. 이 시간이야말로 하루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살아가자면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이런저런 고뇌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고마웠던 이웃에게 마음주는 .. 길따라 물따라 2019.08.10
이른아침 거리풍경/문경아제 해가 중천(中天)에 솟아올랐는데 분수대는 요지부동 잠에 곯아떨어졌다. 아니 태업중이다. 어젯밤늦게까지 물퍼올리느라고 파김치가 됐나보다. 아무리 아침이라지만 너무 조용하다. 구역거리도, 명동거리도, 365전통시장도 너무 조용하다. 시가지의 상권이 홈프라스 부근으로, 택지로 옮.. 길따라 물따라 2019.08.08
안동호에 물안개피다/문경아제 엊그제 안동을 다녀왔다. 안동병원에 가서 약처방받아오라는 집사람 심부름으로 다녀왔다. 자기는 너무 더워서 못가겠다며 갔다오라는데 다녀오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심부름을 시키다 시키다, 급기야 자기대신 병원에 다녀오라는 심부름까지 시켜먹는다. 그래도 엊그젠 운수좋은 날.. 길따라 물따라 2019.08.07
구름/문경아제 하얀 구름 몇조각이 바람에 등떠밀려 어딘가로 정처없이 가고있다. 몇조각이 아니다. 자세히 보니 몇조각 구름따라 하늘을 가득 덮은 새하얀 떼구름이 느릿느릿 뒤를 쫓아가고 있다. 완전 스롯모션이다. 느림의 미학이다. 여름하늘의 풍류객, 저 하얀 뭉개구름이 작당을 하여 어디로 가.. 길따라 물따라 201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