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 한 편/문경아제 오랑캐꽃 /김동한 친구야, 이 답답한 친구야! 콩알만큼도 안 되는 엉덩이 들이밀 틈새도 못 찾았니 흙 한 줌도 없는 계단 틈바구니에 엉덩이 비비고 살아가야 하니 하늘과 바람 흘러가는 냇물을 품고 살아가는 가슴 넉넉한 동무야 시 2020.03.31
온종일 기다렸다/문경아제 엊저녁에 아범이 카톡으로 연락했다. 내일, 막내가 전화드린다고. 그러면서 막내는 작가가 되고싶다란다고 전했다. 막둥이 손녀딸을 밥을 잘먹는다. 그래서인지 볼따구가 통통하다. 막둥이는 만들기를 잘한다고 했다. 설쇠러 내려와서 예쁘고 탄탄하게 지은 모형집을 할아버지와 할머니.. 일상이야기 2020.03.29
가는 님 오는 님/문경아제 하얀 매화꽃은 떨어져 내리고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산당화 붉은꽃은 기지개를 켜고있다. 가는 님 살펴가시고 오는 님 곱게 오세요. 길따라 물따라 2020.03.25
님 길떠나시다/문경아제 우리 집 마당에 빗님이 오셨습니다. 향기 그윽한 빗님이 오셨습니다. 분명 빗님은 빗님인데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참으로 이상한 빗님입니다. 근 열흘을 떼강도 벌떼에게 당신의 분신(分身) 같은 꿀 다 내어주시고 님께서는 길떠날 채비를 하십니다. '내년 봄에 다시들릴게요!' .. 이런 저런 이야기 2020.03.24
우리 집 매화꽃/문경아제 시절은 어수선해도 꽃은 어김없이 피어났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사람도 집도 늙어 늙어 갔지만 화사한 꽃은 옛모습 그대로입니다. 오전에 벌떼가 몰려와서 꿀을 마구 빼앗아갔습니다. 창으로 무장을 했으니 늙은 노인네가 막을 방법이 없었답니다. 나이들고부터 수형(樹形)을 잡아주.. 길따라 물따라 2020.03.21
초우(初雨)12/문경아제 해님이 살그머니 창문열고 오셔서 내 귓불 당기며 하고 가신 아침인사 간밤에 잠 안 잤구려 청기와집 지었구려 남이사 뜬눈으로 밤을 새든 안 새든 오지랖도 넓으셔 왜 그리 참견이우 옆지기 잔소리만도 버겁도 버겁거늘 해님의 가슴은 하늘보다 더 넓단 걸 어릴 적, 어매에게 배우고 배.. 시조 2020.03.20
할배는 꼴찌/문경아제 말을 제법 잘하는 네 살배기 손녀딸을 둘러업은 경상도 할배가 히죽히죽 웃으며 골목길을 휘적휘적 걸어갑니다. 등에 업힌 손녀딸에게 할부지가 물어봅니다. "우리 상큼이는 세상에서 누가 젤 좋노?" "엄마" "그라고" "아빠" "그 담엔" "애기" 할부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집니다. "할배는.. 일상이야기 2020.03.19
남지춘신(南枝春信)/문경아제 시절은 어수선해도 우리집 담장아래 매화나무에 꽃이 핐다. 봄바람이 불어오자 꽃은 어김없이 피어났다. 산수유꽃 다음에 피는 꽃이 매화다. 이제 곧 명자나무도 꽃을 피울것이다. 명자꽃을 산당화라고 부른다. 산당화꽃은 붉디붉다. 길따라 물따라 2020.03.15
걷다보면 살다보면/문경아제 희뿌연 하늘 파랗게 개이는 날 남녘땅 꽃소식 날아오겠지 봄처녀 등에 업혀 날아오겠지. 속살속살 소근소근 봄바람 불어오면 우리 집 담장아래 양지 녘에도 붉디붉은 산당화꽃 곱게곱게 피어나겠지. 길따라 물따라 2020.03.13
풍광/문경아제 六友堂이란다. 현판이 멋스럽다. 水雲亭이라. 물과 구름이 머무르는 곳이다. 이름만큼 고즈넉한 곳. 시절은 어수선해도 자연의 섭리따라 꽃은 피어났다. 소백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흘러내리는 실개천이 모여 죽계천을 이룬다. 저 죽계천은 이곳에서 8백여미터 더 흘러가서 풍기에서 내.. 길따라 물따라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