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 어느날 저녁 때였다. 어둑어둑했다. 쓰레기통을 들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저, 송화요." "오, 그래. 송화구나. 학교갔다오나?" "예, 차에서 내려서 막 오는 참이래요." 송화는 스무 살, 올해 일.. 수필 2016.05.02
선물.4 선물이란 주고받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다. 단, 댓가성이 없어야 하고 주는 이의 정성과 마음이, 받는이의 고마움이 담겨있어야 한다. 오늘 아침, 한빈이 아빠가 초소에 들렸다. 한빈이네는 두 달 전에 장수, 문화마을로 이사를 갔다. 집사람이 아저씨 드리라고 했다며 한빈.. 수필 2016.05.01
주유천하(周遊天下)/문경아제 군에서 제대를 하던 해인 1971년 봄이었다. 제대하고 며칠이 지난 3월 중순 어느날이었다. 휴가를 나온 동네 후배, 오병호와 나이 스무 살이 되락마락한 햇병아리 아가씨 셋을 데리고 목고개를 넘어서 무작정 어디론가로 걸어갔다. 너불연 동네를 지나고 물미를 거쳐서 가실목 고개를 넘어.. 수필 2016.04.30
혜림이 어제 오전에 3초소대무를 섰다. 2초소 장선배와 번갈아가며 섰다. 동료가 연차를 냈기 때문이었다. 초소 앞에 얼쩡거리는 나를 본 예쁘장한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어저씨! 안녕하세요?" "누구? 이름이 뭐드라." "아저씨도 참, 저 혜림이잕아요." "혜림이라고. 몰라보게 예뻐졌네. 반갑다. .. 수필 2016.04.28
봄비.1 비가 옵니다. 나직나직 속살거리며 봄비가 내립니다. 속닥거리며 걸어가는 연인들처럼 소근소근 속닥속닥 봄비가 내립니다. 빗님이 그치고 나면 봄은 더 성숙한 여인되어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겠지요. 여인은 4월이 떠나버린 자리에 '계절의 여왕'5월을 모셔다 놓을 것입니다. 속.. 수필 2016.04.27
내 마음의 풍차 수년전,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집배공무원이 내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선배님! 동생이 살고 있는 서울의 '청솔아파트'승강기벽에는 늘 아름다운 글이 붙어있었습니다. 선배님께서도 그렇게 한 번 해보시지요. 오가는 이웃들 길동무 되게 말입니다." 그 자리에선 빙그레 웃고 말.. 수필 2016.04.26
퇴근길.2 언제나 퇴근길은 즐겁다. 톼근길에 들어서면 노래가 나온다. 혼자 하면 일등 셋이 부르면 삼등밖에 못하는 형편없는 실력인데도 퇴근길에 나섰다하면 입에서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 집이 그 집이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온종일 보지 못한 집이 보고프고 집사람과 애물단지 .. 수필 2016.04.26
영순이 옛날, 고향마을 새터에는 윗샘과 아랫샘이 있었습니다. 윗샘은 아랫샘에서 150미터쯤 윗쪽에 있었습니다. 아랫샘 고샅길 모퉁이에는 오두막이 한채 있었습니다. 오두막엔 먼 일가 아저씨인 호경아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호경아제네 가족은 우동할메와 아지메, 내 또래인 영순이었습니다... 수필 2016.04.20
할미꽃 할미꽃은 산수유와 함께 가장 먼저 피는 봄꽃이지요. 그옛날, '장구메기'를 올라가는 산기슭 비탈진 잔디밭에는 봄이면 어김없이 할미꽃이 피어나곤 했습니다. 허리굽고 등굽은 자줏빛 할미꽃은 임자없는 무덤가에 외로히 피어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찍 피어나던 할미꽃이 요즘엔 왜 이.. 수필 2016.04.20
구성공원.1 기자는 쉴새없이 뛰어다녀야 생동감 넘치는 기사를 쓸 수있다. 마찬가지로 글쟁이도 방바닥에 등붙이고 누워있으면 그가 아무리 천재문인이라 해도 독자의 가슴에 와닿는 글을 쓰지는 못한다. 스토리텔링 '구역전 거리'를 집필하려고 취재길에 나섰다. 주섬주섬 옷을입는 내게 .. 수필 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