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은 산수유와 함께 가장 먼저 피는 봄꽃이지요.
그옛날, '장구메기'를 올라가는 산기슭 비탈진 잔디밭에는 봄이면 어김없이 할미꽃이 피어나곤 했습니다. 허리굽고 등굽은 자줏빛 할미꽃은 임자없는 무덤가에 외로히 피어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찍 피어나던 할미꽃이 요즘엔 왜 이렇게 늦게 피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게을러졌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수년 전에 누군가가 양지바른 아파트 화단 한쪽에 할미꽃 몇포기를 심어놓았습니다. 며칠 전, 할미꽃은 꽃망울을 터떠렸습니다. 어제낮에 가보았더니 개화된 할미꽃은 고개를 푹 숙이고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할미꽃은 분명, 파란 하늘위에 구름 흐르고 산새들 지저기는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고 있었을 테지다.
'어쩌누, 정들면 고향이라는데 이제 그만,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이곳을 고향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그것이 그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네만 그대 생각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