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 때였다. 어둑어둑했다. 쓰레기통을 들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저, 송화요."
"오, 그래. 송화구나. 학교갔다오나?"
"예, 차에서 내려서 막 오는 참이래요."
송화는 스무 살, 올해 일학년인 새내기 대학생이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송화는 열 살, 초등학교3학년이었다. 졸랑졸랑 뒤를 따라 다니던 송화가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 꿈은 경비하는 거 였어요?"
그렇게 물어오는 송화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아저씨 꿈은 경비원이 되는 거였다. 근데 니 꿈은 뭐고?"
송화가 대답했다.
"저는요. 법관도 되고 싶고 수학자도 되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니는 꿈이 많아 참 좋겠구나."
"예, 좋아요!"
송화는 좋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10년 뒤, 송화는 이렇게 키가 늘씬하고 아주 예쁜 새내기 여대생이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났다.
송화가 자란만큼 나는 늙었다.
10년!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렸다.
송화 할아버지 김 숙진 어르신도 이젠 연세가 여든 일곱쯤 되셨으리라.
송화는 토닥토닥 103동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