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송화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5. 2. 12:38

어느날 저녁 때였다. 어둑어둑했다. 쓰레기통을 들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저, 송화요."

"오, 그래. 송화구나. 학교갔다오나?"

"예, 차에서 내려서 막 오는 참이래요."

 

송화는 스무 살, 올해 일학년인 새내기 대학생이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송화는 열 살, 초등학교3학년이었다. 졸랑졸랑 뒤를 따라 다니던 송화가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 꿈은 경비하는 거 였어요?"

그렇게 물어오는 송화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아저씨 꿈은 경비원이 되는 거였다. 근데 니 꿈은 뭐고?"

송화가 대답했다.

"저는요. 법관도 되고 싶고 수학자도 되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니는 꿈이 많아 참 좋겠구나."

"예, 좋아요!"

송화는 좋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10년 뒤, 송화는 이렇게 키가 늘씬하고 아주 예쁜 새내기 여대생이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났다.

송화가 자란만큼 나는 늙었다.

10년!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렸다.

송화 할아버지 김 숙진 어르신도 이젠 연세가 여든 일곱쯤 되셨으리라.

송화는 토닥토닥 103동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1  (0) 2016.05.06
승하  (0) 2016.05.02
선물.4  (0) 2016.05.01
주유천하(周遊天下)/문경아제  (0) 2016.04.30
혜림이  (0) 201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