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실버/문경아제 12시 30분, 집게와 20kg짜리 쌀포대를 자전거에 싣고 가흥교로 달려갔다. 먼저 온 동료 대여섯이 서천둑길 벤치에 죽치고 앉아있다. "꽃동산에 살고있는 김 한 입니다. 오늘 첨 일하러 왔습니다. 첨이라 부족합니다. 도와주십시오." "다들 그래요. 어려운 일도 아니라오." 또래의 노인네가 응.. 길따라 물따라 2019.12.02
묵호항에서/문경아제 2013년 3월 16일, 그날 영우회 모임을 묵호항에서 가지려고 회원 모두는 영동선 열차를 타고 묵호로 가고 있었다. 영주를 떠난 열차는 봉화를 지나고, 분천을 지나서 거울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뾰족한 기암괴석이 제멋대로 솟아오른 미로 같은 계곡사이를 열차.. 길따라 물따라 2019.12.01
하얀 연기 피어오를 때/문경아제 가을비가 내립니다. 추절추절 내립니다. 가을비는 쓸쓸하고 서글펍니다. 비가 그치고나면 추워지겠지요. 학유정(鶴游亭)에 난로를 피워놓고 이웃님들 오기를 기다립니다. 난로가 달아오릅니다. 따사한 열기가 뱅글뱅글 돌고돌아 좁다란 공간을 가득 메웁니다. 저 굴뚝에 하얀연기 모락.. 길따라 물따라 2019.11.17
담쟁이/문경아제 동서도이치란드가 통일되어 베르린 장벽이 무너진지도, 브르덴부르크문이 없어진지도 이미 오래되었건만 저 빨간 담쟁이는 그 어디에 가려고 저렇게 높다란 벽을 기어오르는가! 길따라 물따라 2019.11.15
가을꽃 국화/문경아제 이젠 파란하늘이 차거워보인다. 오늘이 입동(立冬)이다. 가을인가했더니 계절은 알게 모르게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 마당에 내어넣은 철쭉분도 관음주분도 거실로 옮겨야겠다. 오후엔 자전거타고 신영주 구석구석을 돌며 가을꽃 국화(菊花)를 폰에 담아왔다. 그윽한 국향(菊香)이 폰으.. 길따라 물따라 2019.11.08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는 해/문경아제 어제 오후, 두시 조금 지나서 부석사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량수전에서 저만큼 비켜서서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엊그제에도 부석사를 찾아갔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가 심술을 부려 발길을 돌려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영주시내에서 부석사를 가.. 길따라 물따라 2019.11.06
영주역대합실/문경아제 집사람 보호자 자격으로 안동병원에 내려가는 길에 영주역대합실을 포스팅해봤다. 심장이 약한 집사람은 일년에 수회 병원에 들려 검진을 받는다. 비쩍마른 노인네지만 그럴땐 집사람의 든든한 보호자로 거듭난다. 그 어디에 가는 걸까? 젊은 애기엄마와 꼬마숙녀가 늦가을날 아침, 아.. 길따라 물따라 2019.11.04
부석사 다녀오다/문경아제 김동한 어제는 부석사(浮石寺)에 다녀왔다. 일기예보엔 비가온다 했었지만 집나설 때만해도 하늘이 멀쩡했는지라 우산을 챙겨가지 않은 게 불찰이었다. 부석사에 도착했더니 늦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산문(山門)을 지나 미련쓰고 올라갔지만 굵어지는 빗줄기에 발목이 잡였다. 해서 발길을.. 길따라 물따라 2019.11.04
만추/문경아제 바람에 나무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더없이 파랗던 하늘이 오늘따라 희뿌였다. 계절은 어느새 만추(晩秋)로 접어들었다. 이제 곧 서리도 내릴 것이다. 부석사진입로 환상의 은행나무숲길이 곱게 물들어 가겠다. 올해는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무량수전 모퉁이에 엇비스듬히 기대서서, 도솔.. 길따라 물따라 201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