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서/문경아제 이른 아침에 소나기 한줄금 쏟아졌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날씨가 죽끓듯 변덕을 부려댄다. 글 몆줄 쓰려고 컴앞에 앉았는데 피로가 엄습해온다. 몸이 약해서 그럴 것이다. 그래, 쉬었다오자. 천정을 올려다보며 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곡을 듣는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 길따라 물따라 2019.07.25
세월은 간다/문경아제 어제는 여우비가 내렸고, 오늘은 아침부터 소나기 한 줄금했다. 22일이 중복(中伏)이었고 엊그제가 대서(大暑)였다. 비그친 하늘은 희뿌옇다. 흐르는 세월따라 나이 한살 두살 더 먹어간다. 올해도 절반이 훌쩍 넘어갔다. 세월은 잘도 달아난다. 길따라 물따라 2019.07.25
여우비/문경아제 청하늘 속에 숨어있는 여우가 보이더니 여우비가 내린다. 비 몇방울 뿌리더니 햇살사이로 숨어버린다. 여우도 여우비도 햇살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 2019.07.24
접시꽃/문경아제 김동한 하늘은 온통 희뿌연 구름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자고일어났을 때만해도 파랬던 하늘이 희뿌연 구름으로 가득하다 하느님이 변덕을 부리시나보다 희야, 파란 꼬리 물고 별똥별 떨어져 내리던 어젯밤엔 고향마을 앞산 중턱에선 산비둘기 울었겠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목놓아 울었겠다 너네.. 시 2019.07.23
풍란(風蘭)/문경아제 길가다가 이따금 쉬어가기도 하는 지인 집 화분에 풍란이 꽃을 피웠다. 풍란은 흰색풍란과 노란색풍란이 있다고한다. 지인 집 화분에 피어난 꽃은 흰색풍란이었다. 풍란은 우리나라 자생난 중에서 자라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고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해서, 풍란동.. 길따라 물따라 2019.07.22
상사화/문경아제 어이할꼬, 어이할꼬. 죽어서도 못잊어 참하 못잊어 곱디 고운 꽃으로 환생한 저 처자의 피맺힌 한을 무슨 수로 풀어줄꼬. 상사화는 그 옛날, 뒷집 총각을 짝사랑하다가 상사병을 얻은 앞집 처자가 시름시름 앓다죽은 넋이 환생한 꽃이라네요. 길따라 물따라 2019.07.22
아잔해/문경아제 옛날, 노동자 시인 박노해는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자' 라는 뜻으로 필명을 박노해(朴勞解)라고 지었다고 한다. 뉘집을 막론하고 안사람의 적당한 잔소리는 삶의 활력소가 되고 양념이 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바깥사람을 짜증스럽게 하고 내외사이의 대화를 단절시킨다. 우리 집사람.. 일상이야기 2019.07.20
팔자에 없는 혼례식 주례 서던 날/문경아제 아파트경비원으로 근무한지 일년을 조금 넘긴 새내기경비원 시절이었다. 2006년 10월초순 어느 날 아침나절이었다. 직원회의를 마치고 초소에 쭈구려 앉아 "훌훌!" 커피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똑똑!" 초소문을 두드려 댔다. "누구세요?"하며 문을 열어보았더니 또래의 할머니 한.. 미니 픽션 2019.07.20
한 건하려고/문경아제 아침 열한시가 가까워온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한 건하려고 길을 나섰다. 우리 집 다음 다음 다음 다음 집이 최정린 시인댁이다. 최 시인 집을 돌아 영주교회 앞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커피한잔 마시며 쉬어가기 위해서다. 교회로비 커피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와 콘크리트울타리.. 수필 2019.07.19
꽃/문경아제 꽃은 바보다 오늘같이 희뿌연 날 무에 그리 좋다고 생긋 웃고 앉아있는 저 꽃은 정말 바보다 지나간 오월, 구수산을 온통 새하얗게 물들여놓고 떠나가버린 아카시아꽃도, 찔레꽃도, 바보이긴 마찬가지다 애써 모은 꿀 벌 나비에게 돈 한푼 받지않고 공(空)으로 나눠 주었기에 바보다 바보.. 시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