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경비원으로 근무한지 일년을 조금 넘긴 새내기경비원 시절이었다.
2006년 10월초순 어느 날 아침나절이었다.
직원회의를 마치고 초소에 쭈구려 앉아 "훌훌!" 커피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똑똑!" 초소문을 두드려 댔다.
"누구세요?"하며
문을 열어보았더니 또래의 할머니 한분이 서 계셨다.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어봤더니 부탁이 있어 왔다며 안에 들어가서 얘기 좀 하고싶다고 했다.
새내기경비원시절이라,
여자는 무조건 초소에 들이면 안 되는 줄로만 알고 있던 때라 두말없이 안됀다고 했다.
상대도 만만찮았다. 쉽사리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보소. 아저씨, 남자분이 왜그리 답답하우. 들어가서 부탁 한마디만 하겠다는데."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막을 도리가 없었다. 얘기나 들어보겠다고 맘을 다잡아 먹고 그 할머닐 안으로 들였다.
할머니께 의자를 내어주며 앉으시라고 권했다.
"아저씨, 저는 저 아래 동부아파트에 살고 있고, 우리딸이 이 아파트에 사니더.104동 003호가 딸아이가 살고 있는 집일시더"
"003호요 성광이 엄마요"
"예, 성광이 어미 맞니더. 성광이 어미 나이가 올해 서른아홉이니더.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 혼례식을 못올리고 그냥 사니더. 성광이가 일곱살,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해야 되니더."
003호 성광이 엄마,
조금 깐깐하긴 해도 경우바르고 싹싹한 젊은 여자분이다.
사연이 궁금했다.
"왜요? 뭣때문에 예식을 못 올렸데요?"
"지 오래비 때문이지요. 지 오래비 혼사가 그만 틀어져 버려, 오래비보다 먼저 혼례식을 올릴 수 없다며 저렇게 고집을 부리며 버티고 있다 아입니까! 지 오래비 혼사끝나면 식올리려고, 야외촬영까지 다 해놨는데 말입니다. "
"그래요오?"
"지금껏 그카면 살아왔지만,성광이 어미가 나이 마흔이 다 되어가니 어쩔 수 없는지 서두런다 아입니까 성광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혼례식을 올리려고요"
"그카면 예식장 잡아서 식만 올리면 되겠네요. 뭐가 그리 걱정인데요?"
"주례를 못 구한단 말입니다."
"주례요? 학창시절 은사님께 부탁드리면 절로 해결될 걸 ,뭣이 그리 걱정이래요. 그도저도 아니면 예식장에 부탁을 하시던가."
성광이 외할머니 말인즉슨 이랬다.
성광이 엄마,아빠는 영주가 객지라고 했다.
성광이 엄마는 죽령 너머 단양이 고향이고, 아빠는 전라도 완도가 고향이라고 했다.
그러한 형편이니 영주 바닥엔 학교 은사님도 안 계시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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