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엄청 덥다. 무지무지하게 덥다.
이 더운 밤에 방에 죽치고 앉아 있었일 없다.
'그래, 물줄기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대에 가서 더위식히고오자!'
그렇게 맘 다잡아먹고 자전거를 끌고 대문을 나섰다.
영주교회앞을 지나자니 허전했다.
언제부턴가 한가할 때엔 꼭 교회로비에 있는 커피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먹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도 그 버릇을 어쩌지 못하고 커피한잔을 뽑아와 콘크리트울타리 턱에 앉아서 훌쩍훌쩍 마셔댔다.
커피도 다 마셨겠다 쉴만큼 쉬었겠다 가든길을 가려고엉덩이 들고 일어섰다.
20여 미터를 가고 있던참이었다.
저쯤앞에 누르스럼한 뭔가가 버려져있었다. 헌옷같아보얐다. 어떤 칠칠맞은 사람이 길한가운데다 옷을 떨구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서는데 그게 아니었다. 잘못된 속단이었다.
헌옷이 아니라 길냥이가족이었다.
어미 길냥이가 어리디 어린 새끼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서너마리의 새끼는 아직도 젖을 뗀것 같지 않았다.
자전거가 다가가자 어미길냥이는 그제서야 스리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만큼 달아나는 어미와 누나 형들을 막둥이도 야금야금 따라가고있었다. 귀여웠다.
"이리 오거라. 할아버지 좀 보고 가거라!"
막둥이는 듣는둥 마는둥 그냥 지나쳤다.
지 어미젖 먹고 눈떴다고 사람의 말은 들은체도 안했다.
'고약한 놈 같으니라고.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너를 알게 뭐람.'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뇌까리며 내갈길을 가버렸다.
사람과 길냥이의 대화, 파란 별빛이 어우러진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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