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
자전거를 끌고 대문을 나선다.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작년 12월말에 직장을 그만두었으니 자유의 몸이 된지도 벌써 만 6개월이 다 되어간다.
마냥 자고 게으름 피우고 얼마동안은 살판났었다.
그러나 그 행복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땀흘려 일하고, 적당히 긴장하며 살아가는 게
참된 행복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전거는 제2가흥교를 건너 축협마트 앞을 지나간다.
남쪽, 저 나즈막한 산중턱에 보이는 저 산동네는 언제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하늘나라 목수와 석수쟁이, 기와쟁이와 미장이가 지상으로 내려와 슬근슬근 톱질하고, 대패질하고,
뚝딱뚝딱 망치질하여 하룻밤사이에 만든 동네는 결코 아닐 것이다.
저 마을이 언제 생겼는지는 그대도, 나도 모른다.
강건너에 경북전문대학 도서관이 보인다.
저 경북전문대학은 작고하신 최현우 선생님께서 설립하신 이 나라 제일의 인문계 전문대학이다.
자전거는 대형식당 오작교 앞을 돌아간다.
그 많은 까막 까치가 머리에 깃털 다 빠자도록 힘들게 지어놓은 다리엔 올 칠월칠석날밤이면 견우 직녀가 상봉할지 모를일이다.
시내의 가가호호 주택과 상가에서 쏟아내는 생활하수는 차집관로를 통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던다.
그런데 왜 서천이 저렇게 혼탁한지는 모를일이다.
시당국에서는 한 번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자전거는 어느새 한정교(寒亭橋)를 건너가고 있다.
왜 마을 이름이 한정인지 객지사람인 나는 알지못한다.
다리이름이 한정교인 것은 한정마을 앞에 놓인 다리라 그렇게 불리어졌을 것이고.
한정교를 지난 자전거는 지천고개를 넘어간다.
자전거는 시화가 걸려있는 현대아파트 담벼락 밑을 지나간다.
신라 효소왕때, 화랑 득오가 지었다는 '모죽지랑가'를 생육신 김시습의 시를,
하늘같은 대선배시인 조지훈 선생님의 시, '별리'를 만나볼 수 있는 오늘아침은 시인인 나로서는 분명 복에 겨운 아침이다.
모죽지랑가
긴 봄 그리워함에
모든 것이 그리워 시름하는데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네다.
눈돌이킬 사이에나마
만나뵙도록 하리이다.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이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밤이 있으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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