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母情)/문경아제 까만 어미고양이가 갓 낳은 듯한 새끼고양이를 물고 어디론가 피신을 시키고 있었다. 어미고양이는 새끼를 물고 가다 차가 지나가면 그 자리에 놓고 피했다가 차가 가버리면 다시와서 새끼를 물어 가곤 했다. 그렇게 몇 차례를 반복을 하더니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간 뒤에야 시야에서 완.. 일상이야기 2015.09.19
열차에서/문경아제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건지 못 오는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 앞에서' 안동역 앞에는 가수 진.. 길따라 물따라 2015.09.19
2015년 9월 19일 오전 10:29 초등학교3학년 때 풍금을 풍금을 잘치시던 강철원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훤칠한 키에다 잘생긴 얼굴, 선생님은 멋쟁이셨습니다. 오늘 따라 왜그런지 선생님이 눈물겹게 그립습니다. 가을병이 도졌는가 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15.09.19
밤마실/문경아제 땅거미 지는 골목길 온 가족이 밤마실 나섰다 아빠와 고만고만한 셋 딸내미 뚜벅뚜벅 깡충깡충 걸어가는 아빠, 언니들 뒤를 앙앙거리며 쫓아가는 떼쟁이 막내딸 아빠에게 징징 아빠는 못 들은 척 언니들에게 집적 언니들은 못 본 척 골목길 파수꾼 가로등 아저씨 보다 못해 훈수 한 마디 .. 동시 2015.09.19
마중물/문경아제 손녀딸과 할아버지 손 맞잡고 아장아장 터벅터벅 약국에 약 사러간 할머니 마중길 나섰다 할머니 어디쯤 오실까? 손녀딸 내려다보며 물어보시는 할아버지 에그, 내 새끼 잠깨어 울진 않을까 타박타박 걸어오시는 할머니 가슴은 동동 내려다 보시는 저 하늘 햇님도 애가 달아 가슴이 콩닥.. 동시 2015.09.19
손녀딸2/문경아제 문설주에 기대선 손녀딸이 묻네요 할머니! 일곱 살 되면 내 키가 조 만큼 될까? 일학년 되면 '신우' 키가 저 만큼 될까? 열 살 되면 내 키가 저어기에 닿을까? 손녀딸 꼬옥 안은 할머니 대답, 그래, 예쁜 우리 집 강아지! 밥 많이 먹고, 잘 뛰어놀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그 만큼 키가 쑥.. 동시 2015.09.19
휴경지/문경아제 땅이 묵는다 멧골 다랑눈이 묵고 산골짝 비탈밭이 묵는다 임자 없는 무덤가 등 굽은 소나무가지엔 눈먼 부엉이가 청승맞게 울어댄다 자그만 서너 평의 땅 우리들 마음속에 터잡고 살아가던 그 아름다웠던 땅이 나무도, 풀도, 땅강아지도, 지렁이도, 살아가지 못하는 휴경지가 되었다 너.. 시 201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