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모정(母情)/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9. 19. 21:49

 까만 어미고양이가 갓 낳은 듯한 새끼고양이를 물고 어디론가 피신을 시키고 있었다.

 어미고양이는 새끼를 물고 가다 차가 지나가면 그 자리에 놓고 피했다가 차가 가버리면 다시와서 새끼를 물어 가곤 했다. 그렇게 몇 차례를 반복을 하더니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간 뒤에야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어미는 좀 어려 보였다. 초산인 듯 했다. 며칠 전에 청소담당 아지메와 얘기를 했다.

 "저 까만 고양이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몸이 무거워 보이지요."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배가 많이 처져 있네요."

 둘이서 그렇게 얘기를 나눈지가 엊그제 였는데 그사이에 새끼를 낳은 모양이다. 새끼는 흰고양이었다. 까맣든 하얗든 잘 자라만 준다면 어미를 도와 주는 것일 것이다.

 몇 마리새끼 중에서 마지막으로 물어 나른 것 같은 하얀 그 새끼고양이! 며칠 사이에 물씬 컸을 것이다. 그날, 갖은 고생 다해가며 새끼를 피신 시키던 어미고양이의 눈물겨운 모정이 아름다운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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