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이/문경아제 25여 년 전, 우리 옆집 경무네 집 옆방에 주연이라는 여덟 살짜리 꼬맹이가 살고 있었다. 동생은 여섯 살, 가연이라고 했다. 주연이를 첨 만나던 날은 어느 늦은 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뒷문으로 나왔을까. 좁다란 뒤 안에서 놀던 주연이가 옥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옥상으로 오르.. 미니 픽션 2019.12.30
사람을 위해서/문경아제 나무에 조명이 현란하다. 인간의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나무에게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무도 자야하고 쉬어야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오색 별과 빨간 십자가를 그려 X마스트리에 붙이고 꽃사슴과 수레, 산타할아버지를 예뻐게 만들어 트리 앞에 세워(모셔)놓았다. 동네 전파사 앞.. 길따라 물따라 2019.12.29
가을날의 수채화/문경아제 쉼터 앞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데 저쯤에 여섯 살 바기 채원이가 어를들 꽁무니를 쫓아 졸랑졸랑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요 녀석이 가던 길을 멈추더니 경비실 문을 열어보고 닫지도 않은 채 발길을 돌린다. '어라, 조 녀석 봐라. 문도 안 닫고 달아난다.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 수필 2019.12.26
암행어사/문경아제 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때 사람이다. 영남지방 어사로 파견된 박문수는 영남지방 관아를 돌아다니며 탐관오리를 봉고파직했다. 박문수 그는 전설적 어사였다. 걸핏하면 목에 푸르스럼한 심줄 세우고 "깩깩!" 고함 질러대며 날 몰아세우는 집사람에게도 천적은 있다. 딸아이다. 엊그제 .. 미니 픽션 2019.12.24
張吉山/문경아제 장길산(張吉山)은 조선 후기 숙종 때, 황해도와 평안도를 근거지로 활약했던 도적이다. 장길산은 임꺽정과 마찬가지로 의적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나는 장길산의 일대기를 그린 황석영의 소설, '張吉山'을 읽고 읽고, 밤새워 읽었었다. 역사는 흐른다. 그러나 진보하지는 않는다. 정치체.. 길따라 물따라 2019.12.23
오일장/문경아제 12월 20일, 오늘은 닷세만에 서는 영주장날이다. 영주장은 5일과 10일에 선다. 영주오일장은 하망동성당과 코롱아파트 사이 도로를 따라 아래위로 선다. 속청 한됫박과 무 몇개를 사오래서 영주장(속칭 번개시장)에 갔다. 옷 단단히 입고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려갔다. 추운 날씨에 장꾼도.. 일상이야기 2019.12.20
장보기 하고 오다/문경아제 옛날에 왕능장에 가신 우리 어매는, 해가 뉘웃뉘웃할때면 장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목고개마루를 올라오셨다. 집사람 심부름으로 동네마트에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장보따리 어깨에 걸머메고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간다. 저 그림자만 따라가면 우리 집이다. 일상이야기 2019.12.20
송년음학회/문경아제 어젯밤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 영주시민회관에서는 영주시가 주최하고 한국연예인협회 영주시지회가 주관한 시민을 위한 송년 음학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모든 연예인은 서로에게 뒤질세라 끼와 재능을 맘껏 펼쳐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함께 한 연예인 중 박치양 가수와 조정화 색소포니스트, 김명신 가수는 문예대 후학이다. 16여 년 전, 기웅아재와 함께 TBC프로였던 '싱싱 별곡'에 출연하여 경북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던 단비가 초청 출연했다. 꼬맹이 단비가 어느새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니 세월 한 번 빠르다. 어제 시민을 위해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모든 출연자에게 "짝짝짝!"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고맙습니대이. 대박 나시세이!" 길따라 물따라 201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