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문경아제 해마다 겨울이면 꼭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그 고약스런 불청갱은 찾아만 왔다하면 주인이야 싫어하든 좋아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도깨비바늘처럼 몸에 꼭 달라붙어 떨어질줄을 모른다. 감기다. 한 번 걸리면 앓을만큼 앓아야 낫는 감기다. 엊그제부터 감기기운이 있어 미련지기고 견.. 일상이야기 2019.11.29
갈등/문경아제 가을비 추절추절 내리는 오늘같은 밤엔 두손 깍지껴 뒷통수 괴이고 멀뚱이 천정 올려다보며 소리사랑이 불렀던 이강산 낙화유수 한번 불러보고 싶다 가을비 짖궂게 내리는 오늘 같은 밤엔 고향마을 초입, 목고개마루에 떡 버티고 서서 어린 날 놀래키던 산도깨비 욕하며 희멀건 막걸리 .. 시 2019.11.28
동인지 출판기념회/문경아제 어젯밤 6시 반부터 약 두시간동안 영주시민운동장회의실에서 영주문예대학 동인회 '제8집동인지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나는 영주문예대학 5기다. 엊그제 안문현 선생님과 강문희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가 없는 나를 배려한 고마운 전화였다. 강문희 시인의 차에 타고가기로 했다. .. 이런 저런 이야기 2019.11.28
산다는 건/문경아제 13년 7개월 동안 근무했던 아파트경비원 생활을 작년말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빈둥빈둥 놀고 지냈다.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서였다. 지난 9월, 시니어클럽을 찾아가서 일자리를 알아보았으나 당장은 없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근데 어제 연락이 왔다. 빈자리가 생겼다고. 내일 오.. 일상이야기 2019.11.26
영주 시민 칼국수/문경아제 학유정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보, 우리 요 아래, 윤주네 집 가까이에 있는 시민칼국수집에 저녁먹으러 갑시다." 그렇게 운을 뗏더니 안동병원에 입원한 딸아이 문병갔다가 조금전에 도착한 집사람은 피곤했던지, "오늘은 당신 혼자다녀와요!"라고 했다... 맛집 2019.11.20
애물단지 딸아이/문경아제 애물단지 딸아이가 어제 안동병원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집사람과 같이 오늘 수술받은 딸아이를 만나보려고 안동병원엘 갔다. 초췌해진 딸아이의 몰골이 너무도 안쓰러워 눈물이 핑돌았다. 딸아이는 시집을 가도 애물단지였다. 딸아, 예쁜 딸아, 우리 집 애물단지 애비 어미 딸아! .. 일상이야기 2019.11.19
하얀 연기 피어오를 때/문경아제 가을비가 내립니다. 추절추절 내립니다. 가을비는 쓸쓸하고 서글펍니다. 비가 그치고나면 추워지겠지요. 학유정(鶴游亭)에 난로를 피워놓고 이웃님들 오기를 기다립니다. 난로가 달아오릅니다. 따사한 열기가 뱅글뱅글 돌고돌아 좁다란 공간을 가득 메웁니다. 저 굴뚝에 하얀연기 모락.. 길따라 물따라 2019.11.17
담쟁이/문경아제 동서도이치란드가 통일되어 베르린 장벽이 무너진지도, 브르덴부르크문이 없어진지도 이미 오래되었건만 저 빨간 담쟁이는 그 어디에 가려고 저렇게 높다란 벽을 기어오르는가! 길따라 물따라 2019.11.15
칼국수/문경아제 오늘은 점심도 칼국수 저녁마저도 칼국수로 때웠다. 점심은 집사람과 함께 오늘 개업한다는 '뚝방길 칼국수'집에서 저녁은 길선배랑 '신영주칼국수집'에서 먹었다. 신영주칼국수집은 칼국수도 구수했지만 깍두기가 맛깔스러웠다. 꼭 옛날에 우리 어매가 담가주던 깍두기맛 같았다. 깍두.. 맛집 2019.11.15
만추2/문경아제 제멋대로 자라난 달풀의 하얀 솜꽃이 바람에 날린다. 뉘 집 담장엔 잎 떨어진 감나무에 주저리주저리 달려있는 빨간 감이 앙증스럽다. 계절은 만추를 넘어서서 겨울로 치닫는데 빛바랜 해바라기는 아직도 여름의 꿈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서천둑방길 벤치에 나홀로 앉아있는 영감님 얼.. 수필 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