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추절추절 내리는
오늘같은 밤엔
두손 깍지껴
뒷통수 괴이고
멀뚱이 천정 올려다보며
소리사랑이 불렀던
이강산 낙화유수
한번 불러보고 싶다
가을비 짖궂게
내리는
오늘 같은 밤엔
고향마을 초입,
목고개마루에
떡 버티고 서서
어린 날 놀래키던
산도깨비 욕하며
희멀건 막걸리 한추발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
부르고 싶고
마시고 싶은데
못 부르고
못 마시는 건
집사람과
내 몸속에
터잡고 살아가는
간(肝)이 입을 모아
협박을 하기 때문이다
돼지멱따는 소리하면
삼시세끼 밥주지 않겠다고,
막걸리 아래로 내려보내면
당신몸을 떠나겠다고,
아내와
간이
손에 손잡고
협박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