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문경아제 김동한 찌루루 찌루루 새가 운다 콩알 만큼 작은 새가 대추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경쾌하게 운다 찌루루 찌루루 새가 운다 죽은 대추나무 살리려고 하염없이 운다 내일 아침이면 죽어버린 저 대추나무 되살아나겠다 새벽이슬 몇방울로 목축이고 부시시 눈뜨고 기지개 한 번 켜고 말라버.. 시 2017.06.08
미국의 역사 미국의 역사는 개척의 역사이다. 서부의 개척으로부터 미국의 역사는 시작된다. 서부개척은 백인이 나타나기 전 그 땅을 아우려며 살아가던 인더언의 소멸을 초래했다. 대자연과 한 축을 이루며 순리를 쫒으며 살아가던 인디언들은 백인의 출현으로 그들이 살아가던 땅을 잃었다.. 시 2017.04.15
입춘/문경아제 연두빛 새잎 아가씨가 바깥 세상 구경하러 사립문 열고 나오다 매서운 풍기바람과 딱하니 마주쳤다 "쌩!" 야멸차게 바람지나가자 연두 아가씨 하는 말 "에그, 오는 날이 장날이네. 春來不似春이네!" 시 2017.02.08
오래 한 생각/김용택 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시 2017.02.07
적경/백석 신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오는 아침 나어린 아내는 첫아들을 낳았다 인가 멀은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짖는다 컴컴한 부엌에서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시 2017.01.02
애인/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시 2017.01.02
약리도/허삼도 물고기야 뛰어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물고기야 힘껏 뛰어올라라 풀바닥 위에다가 나는 너를 매다차겠다 폭포 줄기 끌어내려 네 눈알을 매우 치겠다 매우 치겠다 시 2016.12.24
지는 잎 보면서/박재삼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 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만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무잎은 훍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천지가 막막하고 미처 .. 시 2016.12.24
바람의 말/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 시 2016.12.19
해는 기울고/김규동 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 폭풍이 몰아친다 인연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 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보이리 길이 시 201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