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 마을/강미란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 외나무다리 건너가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지만 나는 어쩐지 어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것처럼 무서워진다. 하루하루 살아가다다 보면 문득 무서운 생각이 외나무다리 건널 때처럼 앞을 가로먹는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 시 2016.12.15
귀뚜라미 우는 밤/김영일 또로 또로 또로 귀뚜라미 우는 밤 가만히 책을 보면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또로 또로 또로 멀리 멀리 동무가 생각 난다 시 2016.12.15
풍경 달다/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 2016.12.12
순간의 꽃/고은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가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시 2016.12.11
낙엽 소리/김순남 어머님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발자국 소리 듣습니다. 바람이 불면 태어나서 다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골목길까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돌아가는 발자국을 헤아리며 이제 떠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투덜대는 아픔과 떨리는 목소리처럼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이기지 못하고 이제는.. 시 2016.12.09
당부/하만욱 병실마다 기도하는 맘으로 들어선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환한 얼굴로 눈 맞추는 일 굴곡진 삶의 흔적 주름진 손 잡아 주는 일 "건강하세요." 말 건네고 돌아서면 가슴 아린 당부가 발길을 멎게 한다 "선생님은 늙지 마세요, 이대로 계세요." 시 2016.12.07
별빛은 흐르는데/문경아제 희야! 네가 목고개에서 버스타고 서울로 떠나던 날 나는 꼬부랑재 나무하러 갔었다 버스가 떠나버린 신작로엔 먼지가 뽀얗게 피어올랐고, 그때 너는 꽃띠 열아홉 난 스물다섯 제대장병이었다 오늘밤 구름 걷히면 밤하늘별을 헤련다 별 하나엔 어머니가, 별 하나엔 열아홉 아가씨였던 네.. 시 2016.11.06
10월의 마지막 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려는가 어디로 가려는가 별빛 아름다운 이밤, 소리 소문도 없이 그렇게 스리슬쩍 떠나려는가 노란 은행잎 나비되어 떨어지는 야삼경 그 어딘가에 숨겨둔 정인(情人)만나러 발거음 숨기며 걸어가는가 언가슴 얼싸안고 사박사박. 시 2016.10.31
신혼일기/박노해 길고긴 일주일의 노동끝에 언 가슴 웅크리며 찬 새벽길 더듬어 방안을 들어서면 아내는 벌써 공장 나가고 없다. 지난 일주일의 노동 긴 이별에 한숨지며 쓴 담배연기 어지러이 내어뿜으며 혼자서 밤들을 지낸 외로운 아내 내음에 눈물이 난다.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주체못할 피로에 아프.. 시 201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