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박노해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0. 14. 22:57

길고긴 일주일의 노동끝에

언 가슴 웅크리며

찬 새벽길 더듬어

방안을 들어서면

아내는 벌써 공장 나가고 없다.

 

지난 일주일의 노동

긴 이별에 한숨지며

쓴 담배연기 어지러이 내어뿜으며

혼자서 밤들을 지낸 외로운 아내 내음에

눈물이 난다.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주체못할 피로에 아프게 눈을 뜨면

야간 일 끝내고 온 파랗게 언 아내는

가슴위로 엎으러져 하염없이 쓰다듬고

사랑의 입맞춤에

내 몸은 서서히 생기를 띤다.

 

밥상을 마주하고

지난 일주일의 밀린 얘기에

소곤소곤 정겨운

우리의 하룻밤이 너무도 짧다.

 

 

박노해, 80년대의 박노해는 얼굴없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삶 자체였다. 절규였고 한서린 분노였다.

그는 참여시의 선구자였다. 몇 줄의 시로 거대한 힘과 맞서려 했든 그는 아름다운 돈키호테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시에도 양면성이 있다. 서정성과 참여성이 바로 그것이다. 시인 박노해! 그는 결코 힘에 굴복하지 않았던 진정한 참여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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