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긴 일주일의 노동끝에
언 가슴 웅크리며
찬 새벽길 더듬어
방안을 들어서면
아내는 벌써 공장 나가고 없다.
지난 일주일의 노동
긴 이별에 한숨지며
쓴 담배연기 어지러이 내어뿜으며
혼자서 밤들을 지낸 외로운 아내 내음에
눈물이 난다.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주체못할 피로에 아프게 눈을 뜨면
야간 일 끝내고 온 파랗게 언 아내는
가슴위로 엎으러져 하염없이 쓰다듬고
사랑의 입맞춤에
내 몸은 서서히 생기를 띤다.
밥상을 마주하고
지난 일주일의 밀린 얘기에
소곤소곤 정겨운
우리의 하룻밤이 너무도 짧다.
박노해, 80년대의 박노해는 얼굴없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삶 자체였다. 절규였고 한서린 분노였다.
그는 참여시의 선구자였다. 몇 줄의 시로 거대한 힘과 맞서려 했든 그는 아름다운 돈키호테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시에도 양면성이 있다. 서정성과 참여성이 바로 그것이다. 시인 박노해! 그는 결코 힘에 굴복하지 않았던 진정한 참여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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