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잎 보면서/박재삼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2. 24. 19:10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 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만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무잎은 훍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천지가 막막하고

미처 부를 사람이 없음이여!

이제 저 나뭇잎을

우리는 손짓하여 바라볼 수가 없다 .

그저 숙이는 목고갯짓으로

목숨은 한풀 꺾여야 한다.

아! 묵은 노래가 살아나야 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인/유수연  (0) 2017.01.02
약리도/허삼도  (0) 2016.12.24
바람의 말/마종기   (0) 2016.12.19
해는 기울고/김규동  (0) 2016.12.15
무섬 마을/강미란  (0) 201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