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마종기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2. 19. 15:24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파곤해져도 앚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리도/허삼도  (0) 2016.12.24
지는 잎 보면서/박재삼  (0) 2016.12.24
해는 기울고/김규동  (0) 2016.12.15
무섬 마을/강미란  (0) 2016.12.15
귀뚜라미 우는 밤/김영일  (0) 201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