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2 저 가로등은 보았으리라. 하루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모습을, 엄마와 딸이 팔짱끼고 밤예배 드리러 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빙그레 웃으며 보았으리라. 일년삼백육십오일을 늘 한치의 오차도 없이 꿈적 않고 서서 길을 밝히고 서 있는 저 가로등! 가고 싶은 곳도, 하.. 수필 2016.01.31
예비대학생 송화 송화는 올해 스물이다. 처음 만났을 때, 송화는 초등학교3학년이었다. 그랬는데 언제 저렇게 커서 팔등신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처음 만났을 때 송화는 내 뒤를 졸랑졸랑 따라 다녔다.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송화도 숱한 질문을 해왔다. "아저씨! 아저씨 꿈은 경비하는 거였.. 수필 2016.01.27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이 노래, "임을 위한 행진.. 수필 2016.01.25
하늘길도 얼다 제주공항에는 하늘길도 얼었단다. 근 열흘이 넘게 혹한이 지속되다보니 하늘길도 별수없나보다. 뱃길도 하늘길도 꽁꽁 얼어 붙었으니 여행객들은 공항과 부두의 대합실에 쭈구려 앉아있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지만 너무 추우니 거리에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길거리.. 수필 2016.01.25
관우와 장비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의제인 관우와 장비는 용장이고 맹장이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관우는 장수가 지녀야할 다섯가지 덕목 지, 신, 용, 인, 엄을 고루 갖추었다. 그러나 관우는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 그런 관우였기에 지나치게 오만했다. 장비는 신과 용은 갖추.. 수필 2016.01.21
비내리는 고모령 어머님의 손을 놓고 헤어질 때엔 부엉새도 불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 턱을 넘어오던 그날밤이 그리웁고나 맨드라미 피고지고 몇해이던가 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 어이해서 못잊는가 망향초 신세 비내리눈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 그대는 갈무리하고 .. 수필 2016.01.19
동갑 영주로 이사나온지 40년이 넘어섰다. 1975년 12월에 영주로 이사를 왔으니 만 40년이 지나간 셈이다. 이사올 때 스물 아홉이던 나이가 예순 아홉이나 되어버렸다.이사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40년이 지나가다니 흘러간 세월이 꼭 꿈만 같다. 강산이 네번 바뀌는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 수필 2016.01.17
여유 옛날에는 '풀꾼 먹이날' 이란 게 있었다. 여름, 한창 더울 칠월쯤에 수제비 뜨고 국수를 삶고 막걸리 걸쭉하게 걸러서 풀꾼들에게 푸짐하게 먹였다. 풀꾼이란 머슴을 멋스럽게, 운치있게 부르던 말이다. 그날은 동네 풀꾼들이 푸짐하게 먹고 마시며 한껏 놀았다. 춤추며 노래하며 .. 수필 2016.01.15
예절 영주에 내려가려고 잠실나루역에서 지하철2호선를 탔습니다. 늘 그러하듯이 그날도 2호선은 발 디딜 틈도 없으리 만큼 승객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서있는 나를 보던 젊은 아가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그리고는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하며 자리를 권했습니다. .. 수필 2016.01.15
오이처럼 자랐습니다 10년전 아파트에 일하러 왔을 때 그렇게 개구장이였던 기범이가 고3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아파트 마당에서 기범이를 만나면 허리 숙여 인사를 합니다. 기범이는 참 듬직합니다. 저만큼 멀어져가는 기범이를 바라보며 중얼댑니다.'세월 참 많이 갔구만!' 윗 동네 송화도 여고졸업.. 수필 201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