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여유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 15. 12:08

 

옛날에는 '풀꾼 먹이날' 이란 게 있었다.

여름, 한창 더울 칠월쯤에 수제비 뜨고 국수를 삶고 막걸리 걸쭉하게 걸러서 풀꾼들에게 푸짐하게 먹였다. 풀꾼이란 머슴을 멋스럽게, 운치있게 부르던 말이다.

그날은 동네 풀꾼들이 푸짐하게 먹고 마시며 한껏 놀았다. 춤추며 노래하며 놀았다.

옛날 어른들은 없이 살면서도 이웃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다.

우리 아파트엔 얼마전부터 한 해 한번 열어주던 그 알량한 회식마져 없앴다.

술 한 잔, 고기 한 점,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서운하기 그지없다. 여지껏 회식비는 일꾼들이 고생해서 모아둔 파지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이웃을, 일하는 일꾼을 배려하는 포근한 마음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배려하는 마음이 넉넉해지면 세상은 한결 살기가 좋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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