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맨날/문경아제 엊그제는 아빠 손 잡고 가고 어제는 할머니 등에 업혀가고 오늘은 할아버지 가슴에 안겨서 어린이집 가는 네 살배기 슬기 공주는 아빠 손이, 할머니 등이, 할아버지 가슴이, 따뜻해 참 좋겠다 맨날맨날 좋겠다 동시 2018.01.04
가을/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 동시 2017.09.07
아빠와 여우딸/문경아제 비가 내린다 여우비가 조록조록 내린다 아빠가 쓰고가는 큼직한 우산엔, '툭툭!' 빨간 말총머리 딸아이가 쓰고가는 조그만 우산엔, '톡톡!' 빗방울 떨어진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빠 발자욱 쫓아 졸랑졸랑 따라가던 쬐끔한 여우발자욱이 소리친다 "아빠, 양말 다 졌었어!" 동시 2017.08.04
봄날 오후/문경아제 김동한 화단 경계석에 아이가 오도카니 앉아있다 "혼자니?" "야!" "형아는 학교갔니?" "야" "심심하겠다!" 해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포근한 햇살 한 자루를 아이에게 쏟아 붓는다 동시 2017.08.04
동그라미/문경아제 김동한 비가 내린다 아이가 쓰고가는 우산 위에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나폴나폴 걸어간다 아이 등 뒤에 할머니와 강아지가 빙그레 웃으며 줄래졸래 따라간다 저만큼 떨어져서 .. 동시 2017.07.03
할머니와 아기염소/정성수 아기염소가 풀을 뜯는 사이 할머니는 그 옆에서 조알조알 졸고 있다 배가 부른 아기념소는 할머니가 깰가 봐 그 옆에서 다소곳이 엎드려 있다 염소 꼬리 같은 저녁 해가 서산으로 꼬리를 감춘다 아기염소가 그만 집에 가자고 매애~ 운다 할머니가 알았다고 하아~ 하품을 한다 할머니는 아.. 동시 2017.06.19
섬집아기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섬그늘을 달려옵니다 아이가 아파트 쉼터에 앉아 피리를 분다. 동.. 동시 201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