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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 한 편/문경아제

도깨비바늘 /김 동 한 우리 집사람은 문지방을 넘어올 때 발이 아닌 입부터 넘어선다 집사람 잔소린 온종일 삐지 않고 문턱이 닳도록 문지방을 들락거린다 문턱이 닳아 없어져 문설주 내려앉을까 겁이 난다 비쩍 마른 내 몸뚱이를 콕콕콕 찔러대는 집사람 잔소리 옷 벗어 아무 데나 던지지 말아요 콕, 휴지는 꼭 휴지통에 넣어요 콕, 밥 먹을 때 반찬 흘리지 말아요 콕, 바지를 벗어 훌훌 털어댄다 도깨비바늘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깊이깊이 옷 속에 박힌다

2020.04.13

나의 노래 나의 인생(제1부)/문경아제

나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좋아는 하지만 잘 부르지는 못합니다. 음치를 조금 면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혼자일 때는 제법 한가락한답니다. 막걸리라도 한잔 했다 하면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천정 올려다보고 손바닥 장단 맞춰가며 신명 나게 한곡 뽑아댄답니다. 집사람이 있을 땐 난리가 뒤집어지니까 없을 때 부른답니다. 듣는 이라야 벽과 창문, 텔레비전과 앉은뱅이책상, 무질서하게 방바닥에 쌓여있는 책밖에 없으니 부담될 것도 없답니다. 박자를 띵가 먹던, 음정이 불안정하던 탓할 사람이 없걸랑요. 여기서 잠깐, '띵가 먹다'는 '놓치다'의 경상도 문경 지방 사투리랍니다. 내 블로그는 조선 팔도에서 날래 날래 오신 이웃님들로 구성되었으니 소통(疏通)상 해설을 첨부했습니다. 내가 여덟 살이었을 때, 나보다 일곱 살 더 ..

미니 픽션 2020.04.11

이강산 낙화유수/문경아제

조팝꽃이다.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언덕에 피어나는 봄꽃이다. 어릴 적, 고향마을 언고개 밭둑에도 저 조팝꽃이 하얗게 피어났다. 이 땅 양지 녁이면 그 어느 산에나 피어나는 대표적인 봄꽃 진달래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있네. 찔레나무가 파랗게 싹을 틔었다. 오월이면 저 찔레나무엔 하얀 찔레꽃이 핀다.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이다. 나는 찔레꽃을 하고많은 꽃 중에서 가장 사랑한다. 이정표다. 나그네에겐 많은 도움이 되는 이정표다. 서천교에서 바라보는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시는 해님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님은 장엄하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남기고 서산 너머로 넘어가시는 해님은 아름답다. 희망을 주고 가시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부석사 무량..

길따라 물따라 2020.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