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817

영주 휴천동성당

며칠 전 시내(市內)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휴천동 성당에 들려봤다. 주일도 아닌 평일이었다. 성당(聖堂)은 하느님이 머무시는 거룩한 곳, 성소(聖所)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아멘" 성호를 그은 뒤 두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드리는 기도였다. 성당에 안나 간지가 까마득하다. 그래도 가물에 콩 나듯 성당을 지날 때엔 간혹 들린다. 기도 양식이 맞지 않을지라도 맘 쓰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받아들이시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순간 나는 허공에 있다. 하느님, 탕자의 기도를 받아주소서. 휴천동 성당의 길주소는 영주시 지천로 194번 길이다.

길따라 물따라 2020.08.27

하늘/문경아제

파란 하늘 아래 서있는 전신주에 수많은 줄들이 엉켜있습니다. 유선 줄 같아 보입니다. 전신주에 트랜스가 당당하게 앉아있습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것 같습니다. 여름 하늘의 풍류객 하얀 뭉게구름 님이 어디로 가실까요? 동서남북 당신 맘 내키시는 데로 가시겠지요. 엊그제 아침 아홉 시 반쯤 코 꼴만 한 우리 집 마당에서 올려다본 영주의 하늘입니다. '코 꼴만 하다'는 '아주 조그마하다'를 뜻하는 경상도 문경 지방 사투리입니다. 영주에서 45년째를 살아가고 있지만 고향 사투리는 버리지 못합니다. 입에 배였거던요. 올해 여름은 오십여 일이나 지속된 장맛비 속에 엄벙덤벙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그리 더위도 못 느꼈지요. 지루한 장마 끝에 맑고 밝은 햇살을 만나니 무척 반갑습니다. 송대관의 노래, ..

일상이야기 2020.08.15

참나리꽃

학유정(鶴遊亭) 가는 길에 참나리꽃이 피어났다. 곱다. 참 곱다. 옛날 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내동무 동식이네 집, 담 밑에도 해마다 이맘때면 저리 고운 참나리꽃이 피어나곤 했다. 우린, 참나리꽃을 '호래이 꽃'이라고 불렀다. 호래이 꽃은 참나리꽃의 경상도 문경 지방 사투리다. 또 '호래이'는 호랑이의 사투리다. 고향마을에서 함께 자랐던 동식이는 탄광에 오랫동안 근무를 해왔다. 그 친군 발파 면허를 가지고 있는 화약관리 전문가였다. 10여 년 전, 동식이가 공사현장에서 발파를 하다 날아온 돌에 얼굴을 맞아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입원 치료를 받고 한동안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요즘에 들어서서 아주 말이 어눌해졌다. 전화를 걸면 이런저런 성인병으로 비실되는 내게 "친구야, 너는 건강하지!"라고 한다. "..

미니 픽션 2020.07.13

접시꽃을 만나다/문경아제

수년 전부터 이맘때면 연정을 나눴던 연분홍빛 접시꽃을 만나보려고 며칠 동안 홈플러스 뒷골목을 헤맸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다. 길눈이 어둡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그 화사한 연분홍빛 접시꽃을 만났다. 꽃은 늘 있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길눈이 어두운 내가 쉬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헤어진 첫사랑 고운 님을 만난 듯이 반가웠다. "찰칵찰칵!" 폰의 셔터를 눌러 제쳤다. 곱게 나와야 할 텐데.

길따라 물따라 2020.07.01

추억의 팝송 새드 무비(Sad Movid)

1960년대 초 중반, 미국 가수 슈 톰슨(Sue Thompson)의 노래 중에 '새드 무비(Sad Movie)란 곡이 있었습니다. 영화 주제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사는 슬펐지만 곡은 경쾌했던 이 노랜 선을 보이지 말자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새드 무비는 이 땅에 상륙하자마자 미 본토 못잖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지금의 80대들인 당시의 형들과 누나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이 노랠 부르고 다녔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져 간 일이라 가사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번안가요 새드 무비를 기억을 더듬어 가며 옮겨봅니다. 그 어느 날 쓸쓸히 나 홀로 갔다네 그이와 나란히 가고 싶었지만 약속을 지킬 일 있다기에 나 홀로 쓸쓸히 그곳에 갔었다네 밝은 불이 켜지고 뉴스가 끝날 때 나는 깜짝 놀라 ..

추억의 노래 2020.06.11

모녀/문경아제

젊은 아기 엄마가 유모차를 밀고 간다. 세발자전거에 기다랗게 손잡이가 달린 다목적 유모차다. 자전거엔 꼬맹이 공주님이 앉아계셨다. 근데 그 공주님 무에 그리 부아가 낳는지 "앙앙!" 울면서 간다. 공주님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엄마는 달랜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속이 상했든지 엄마는 공주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댄다. 그러나 공주님은 떼를 쓰며 울뿐 울음을 그칠 기세가 아니다. 엄마도 지지안으려는 듯 유모차에서 아기를 덜렁 들어내더니 길 위에 세워놓는다. 그리고 엄포를 준다. 울음 안 그치면 때워놓고 가겠다고. 애기도 엄마에게 지기 싫은 모양이다. 누가 이기나 끝장을 보려는 듯 계속 울어댔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 했다.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엄마는 아기를 번쩍 들어 유모차에 태운다. ..

길따라 물따라 2020.05.15

우리 집 서열/문경아제

1위는 시집간 딸내미다. 시집가고 나서도 순위엔 변동이 없다. 2위는 집사람이다. 목 쭈욱 빼고 "깩깩!" 소리를 질러 되거나 생억지 쓰는 덕분에 꿰찬 서열이다. 3위는 나다. 조선시대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호주제도, 가부장적 제도도 무너진지도 이미 오래다. 그러한 형편이니 아무리 가장일지라도 서열이 밀릴 수밖에 없다. 위는 평상시의 서열이고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변고라도 생기면 순위는 반대로 뒤바뀐다. 집사람이 위경련이 일어났다든가, 하수구가 막혀 여를장대비가 쏟아질 때 빗물이 빠지지 않을라치면 딸아이나 집사람은 하나같이 내등을 떠민다.

일상이야기 2020.05.13

권효섭멸치국수/문경아제

저녁 7시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권효섭 멸치 국숫집에 들러 멸칫국수 2인분을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내외는 이따금 입맛이 깔깔하면 권효섭 멸치 국숫집을 찾곤 했었다. 근데 집사람이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고부터 집안에 틀어박혀 꿈쩍을 하지 않는지라 가게에 들려 사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홀안엔 오늘도 손님으로 가득했다. '먹는 장사는 맛으로, 친절과 성실, 근면으로 승부를 걸어야 된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권효섭 사장이 창업한 이후 걸어온 길이 그랬을 것이다. 우리동네 음식점, '권효섭 몇 치국수'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한다.

맛집 202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