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꽃이다.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언덕에 피어나는 봄꽃이다. 어릴 적, 고향마을 언고개 밭둑에도 저 조팝꽃이 하얗게 피어났다.
이 땅 양지 녁이면 그 어느 산에나 피어나는 대표적인 봄꽃 진달래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있네.
찔레나무가 파랗게 싹을 틔었다. 오월이면 저 찔레나무엔 하얀 찔레꽃이 핀다.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이다. 나는 찔레꽃을 하고많은 꽃 중에서 가장 사랑한다.
이정표다. 나그네에겐 많은 도움이 되는 이정표다.
서천교에서 바라보는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시는 해님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님은 장엄하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남기고 서산 너머로 넘어가시는 해님은 아름답다. 희망을 주고 가시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조금쯤 비켜서서 바라보았던 도솔봉 너머로 넘어가시는 해님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요즘은 어딜가나 흙길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길들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친환경적 길, 흙길을 걷노라면 맘까지 상쾌해진다.
그럼요. 꽃씨를 심어놓았다는 데 들어가면 안 되지요.
잔디밭에 또래의 아가씨들이 소복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작년 이맘때, 소백산 전국 마라톤대회가 열리던 그날, 저 잔디밭에서는 사랑의 엽서 쓰기 행사가 있었다. 엽서 한 장을 받아던 나도 집사람에게 사랑의 연서를 보냈다. 내가 보낸 엽서는 삼천리 방방곡곡을 굽이굽이 돌아다니다가 이제 곧, 받는 이 집사람에게 배달될 것이다. 일 년 만에 전해진다는 느린 편지이기 때문이다. 느림의 미학을 그대는 아는가?
복숭아꽃 살구꽃, 옛날 고향마을 앞 도랑가에도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곤 했다.
우아하고 순결한 꽃, 백목련이다.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 꽃이다.
한 잎 또 한 잎 낙화되어 떨어지고.....
집에 죽치고 앉아있기가 너무도 답답해서 자전거를 끌고 대문을 나섰다. 마스크를 써서 갑갑하기 그지없다. 불과 오분도 안됐는데 이렇게 갑갑한데, 그 옛날 소는 논밭을 갈 때 거의 하루 종일 소머구리를 쓰고 일을 했다. 소머구리가 뭐냐고? 소가 쓰는 마스크라고 생각하시라. 가느다랗게 꼬은 새끼로 얼기설기 얽어 만든 소 주둥이를 막는, 소입 마개다. 소머구리를 씌우지 않으면 풀 뜯어먹는데 정신이 팔린 소를 부릴 수가 없었다. 소머구리는 부리망의 경상도 사투리다.
오늘은 어디로 간담. 그래, 순흥 부석 방면으로 가보자. 꽃피고 새우는 봄날, 마스크를 썼으니 노래가 될까만은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며 이 땅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쉬이~ 비켜라. 물렀거라. 대한민국 가수 문경아 제 나가신다. 냉큼 물렀거라!
우리 집 마누라님이 듣기라도 한다면 기절초풍하겠다.
이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 지은 맹세야
세월의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이강산 흘러가는 흰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강으로 가자
사랑은 낙화유수 인정은 봄을
오늘도 가는 곳이 꿈속이더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강산 봄소식을 편지로 쓰자
낙화유수다. 원곡 가수는 가요황제 남인수다.
남인수 선생님은 타고난 미성의 소유자셨다. 선생님께서 부르실 땐 절창이었지만 먼 훗날, 소리사랑이 리메이크해서 부를 땐 시원시원했다. 소리사랑은 1992년 mbc에서 편성 제작한 프로, '주부가요열창'에 입상한 주부들로 구성된 멤버 이름이다.
자전거는 어느새 시가지를 빠져나와 귀내 보드장을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산사랑 물사랑으로 오후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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