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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다 그런거다/문경아제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기고부터 집중력도, 기억력도 점점 떨어져만 갔다.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한참 동안 머리를 짜내어야 생각날 때도 있었다. 내 얘길 듣고 양평 글쟁이 강남 달이 이랬다. "문경아 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우.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시구려. 동갑내기 강남 달도 그러하다오. 신의 섭리를 우리 인간이 어쩐단 말 이우?" 동갑내기 양평 글쟁이 강남 달은 블로그에서 만난 글친이다. 강남 달은 내 글방에 들리면 종달새처럼 조잘대다 가곤 했다. 그렇게 쾌활했던 강남 달이 옆지기를 여의고나더니 정말 달라졌다. 자신은 아니라지만 이 세상 온갖 서글픔과 외로움을 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듯 보였다. 우리 집사람은 심장이 안 좋다. 자다가도 숨이 가쁘다고 한다. 그럴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언젠가 ..

길따라 물따라 2020.10.18

갈하늘이 손짓한다/문경아제

길가 저 가로수 잎들도 이제 곧 빨갛게 노랗게 물들 것이다. 뉘 집 감나무에 감이 익어간다. 익어가는 감과 함께 가을도 깊어간다. 해마다 이맘때면 바라보는 가을 하늘이지만 싫증이 나지 않는다. 물색없이 곱기 때문이다. 길가 포차와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어묵 두어 꼬지와 막걸리다. 귀가할 때까지 먹어야 할 길냥식이고 술이다. 지인(知人)이라도 만난다면 주태백인 줄 알겠다. 자연과 벗할 때 막걸리 두어 잔 마신다. 인터넷에서 슬쩍한 코스모스 꽃밭이다. 곱다 참 곱다. 주위가 어둠으로 덮힌다. 귀가할 시간이다.

강가에 서서/문경아제

해저문 강가에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갈대가 운다.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둠으로 덮이자 갈대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운다. 하얀 솜꽃 날리던 억새도 갈대 따라 운다. 저네들이 우는 것은 밤기온이 차가워서가 아니요 무서워서도 아닐 것이다. 가을밤 쓸쓸한 밤을 지새우기가 서러워, 외로워 저렇게 울고 있을 것이다. 갈대와 억새가 울건 말건 강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내달린다. 저 네들의 맘을 정선아리랑에 담아 하늘로 띄워본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정선 같이 살기 좋은 곳 놀러 한 번 오세요 검은 산 물밑이라도 해당화가 핍니다 맨드라미 줄 봉숭아는 토담이 붉어 좋고요 앞 남산 철쭉꽃은 강산이 붉어 좋다 정선의 구 명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무릉..

길따라 물따라 2020.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