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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겨울밤 얘기한토막/문경아제

우리 집 큰 손녀딸이 유치원 다닐 때였답니다. 이가 아파 아빠와 함께 치과에 다녀오너라고 유치원에 결석을 했나 봅니다. 이튿날 선생님이 "김신우, 어제 왜 결석했니?"라고 하시자 우리 집 맹랑한 큰 손녀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네, 선생님! 엄마와 아빠 동생과 함께 김밥 싸가지고 소풍 갔다 오느라고 결석했습니다." 흰 눈이 펄펄 내리는 겨울날 소풍 갔다 오너라고 유치원 결석했다고 하네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닌 새하얀 거짓말이지요. 요즘도 큰 손녀딸은 하얀 거짓말 잘합니다. 할아버질 닮아 욕도 잘합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살고 있는 우리 집 큰 손녀딸은 열네 살 중학 1학년이랍니다. 할아버지는 소백산 동쪽 아랫 고을 경북 영주에 살고 있답니다. 할머니와 둘이서요. 신우와 시우, 두 손녀딸이 무척 보..

아이들/문경아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별에 별 녀석이 있습니다. 우리 집 막둥이는 어릴 적 아명(兒名)이 곰돌이었습니다. 꽃동산 뒷동네에 살 때 곰돌이는 못 말리는 개구쟁이였습니다. "퐁당퐁당!" 하는 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곰돌인 숟가락이고 뭐고 손에 잡히는 데로 하수도 구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녀석은 앞집에 사는 또래 동무인 경진이와 함께 꽃동산 로터리 앞에 나가 춤추기 일쑤였습니다. "곰돌이캉 경진이캉 꽃동산 로터리에 앞에서 춤추고 있니대이. 끄잡고 올라해도 날다람쥐 맨치로 얼마나 약빠른지 당최 잡을 수가 있어야지." 골목 맞은편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가 그렇게 일러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이었습니다. 한정 다리 밑에 이웃들과 함께 소풍가서였습니다. 잘 놀고 있는 영일이를 우리 집 막내 곰돌이가 집..

일상이야기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