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을 치우며/문경아제
나는 건달이다. 그렇다고 팔자 느긋한 백수건달은 못되고 그저 바람처럼 나다니기를 좋아하는 반건달이다. 백수건달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지만 반건달은 직업도 있고 가솔들을 부양할 줄도 안다. 백수의 안사람들은 아예 남편을 포기했지만 반건달의 안식구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오늘 다락을 치운다고 며칠 전에 집사람으로부터 통고를 받았다. 친구들로부터 고스톱 치자고 전화라도 올라치면 또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집사람은 작업하기 전에 아예 오금을 박는다. "다락청소 끝날 때 꺼정은 꼼짝 못하니데이!" 다락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8년 전에 청소를 하고 안했다니 그럴만도 했다. 이불보따리, 각종 그릇, 옷보따리 같은 세간들로 다락 안이 가득찼다. 이불이나 옷보따리는 위에서 떨어뜨리면 되지만 무게가 나가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