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다
시인은 시인인데 시다운 시를 못쓰는 개떡같은 시인이다
140여 만 원의 보수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아파트경비원이지만
그렇게 배는 고프지 않다
개떡같은 시인이지만 그래도 시인이기 때문이다
"어이, 김 시인!"
길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부른다면 셋 중에 하나는 돌아본다고 한다
길바닥에 널린게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6, 7십 년대까지만해도 시인은 명예롭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문학과 시의 머리에 뿔이 돋아나고부터 세상은 문학을, 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도
개떡같은 시를 쓴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훗날
생명이 소멸된 내가 밤하늘의 별로 거듭났을 때
우리 할아버지는 시인이셨다고 자랑스러워할
나의 두 손녀딸을 위해 난 오늘도
개떡같은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