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오세영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2. 16:48

매운 고추가루와 쓰린 소금과 달콤한

생강즙에 버물려

김장독에 갈무리된

순하디 순한 한국의 토종배추

양념도 양념이지만

적당히 묵혀야 제 맛이 든다.

맵지만도 않고 짜지만도 않고

쓰고 매운 맛을, 달고 신 맛을

한가지로 어우르는 그 진 맛

이제 한 60년 되었으니

제 맛이 들았을까,

사계절이라 하지만 세상이란 본디

언제나 추운 겨울

인생은 땅에 묻힌 김칫독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인가

그 분이 독을 여는 그 때를 위해

잘 익어야 할 그 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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