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를 태우며/허수경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20. 23:06

서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에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랐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릴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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