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 6. 22:03

뒷산에선

쌩쌩 바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후후후후

후후새 울음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부엉부엉

앞산 사모봉에서는

부엉이가 음흉스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윗목에 떠놓은 자리끼 물이

꽁꽁 얼어버리는 추운 밤이었지만

당신곁에 꼭 붙어자는 잠자리는 따뜻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

세월의 축은 예순 번 돌아갔습니다

세월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당신은

밤하늘 별님이 되셨습니다

파란 별님이 되셨습니다

 

손자는

예순이 넘고 알았습니다

그 옛날, 뒷산 밤나무가지에 앉아

도깨비처럼 울던

그 후후새가

올빼미였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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