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눈내리는 날이면
슬픈 추억
한 토막이 생각난다
고3때였다
섣달그믐 저녁이었다
더매마을,
물방앗간집 막내딸
여친의 오른손목을
그 나쁜 방앗간이 앗아가고 말았다
팔걷어부치고 가래떡을 빼며
방앗간 일을 도우던 여친의 오른손목을
그 몹쓸 피대줄이 휘감아 버렸다
손목은 으깨졌다
병원에 달려갔지만
자를 수밖에 없었다
꿈이 달아났다
여고졸업반 여친의 파란꿈은
야멸차게 달아났다
언제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형체도 없는
그녀의 오른손목
난
보았다
주머니안에 들어있는
잃어버린
그녀의
연분홍빛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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