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戀歌)/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 8. 12:42

오늘같이

눈내리는 날이면

슬픈 추억

한 토막이 생각난다

 

고3때였다

섣달그믐 저녁이었다

더매마을,

물방앗간집 막내딸

여친의 오른손목을

그 나쁜 방앗간이 앗아가고 말았다

팔걷어부치고 가래떡을 빼며

방앗간 일을 도우던 여친의 오른손목을

그 몹쓸 피대줄이 휘감아 버렸다

 

손목은 으깨졌다

병원에 달려갔지만

자를 수밖에 없었다

꿈이 달아났다

여고졸업반 여친의 파란꿈은

야멸차게 달아났다

 

언제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형체도 없는

그녀의 오른손목

 

보았다

주머니안에 들어있는

잃어버린

그녀의

연분홍빛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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