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뚝방길 아래에 있는 박 계장 댁 담장아래 피어난 호박꽃이 참 곱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동글납짝한 애호박이 달렸다. 동글납찍한 애호박이 우리집 둘째 손녀딸 보슬비만큼 사랑스럽다. 따다가 칼국수 끓여 먹으면 사람쥑이겠다.
어릴적, 어머니는 울타리에 달린 애호박을 따다가 칼국수를 끓여 주셨다. 참기름 몇 방울 떨어떠린 양념 잘한 간장을 한 숟갈 푹 떠서 국수에 넣어 휘휘 젖은 뒤 목구멍으로 "꿀걱" 하고 넘기는 그 맛은 그야말로 천하일미(天下一味)였다.
어머니 가신지 이미 오래이고 그때의 어머니보다 나이 훨씬 더 많은 자식이 되었다.
저 애호박을 보고있자니 환하게 웃으시던 울어매의 그 멋스런 웃음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