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대서(大暑)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다. 찜통더위다. 이름값을 하려는지 엄청 덥다.
세월의 축을 몇 바퀴 되돌려 고향집을 불러본다.
부엌에서는 구수한 보리밥 냄새가 풍겨나온다. 대청마루에는 두레반이 펴진다. 밥과 푸성귀와 된장찌게와 고추장, 간장종지가 상위에 올라온다.
두레반앞에 죽 둘러앉은 식구들은 보리밥에 푸성귀와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서 잘도 먹어댄다. 아버지는 반주로 걸쭉한 탁배기 한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키신다. 목젖을 타고 술이 넘어갈때마다 아버지 목에는 파란 심줄이 보인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는 한끼의 식사모습, 그것은 에덴이었다. 에덴은 이상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코앞, 현실에 있었다.
오늘밤 퇴근길에 별님들이 더 아름답겠다. 밤하늘 올려다보며 콧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어눌한 내모습은 가히 구경할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