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반전(反轉)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7. 15. 14:57

2016년11월, 3초소에서 지금의 근무지인 1초소로 내려왔을 때, 여정호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던 정호를 만났다. "아저씨, 잠깐만요." 그렇게 말을 건내며 정호는 마트에 들어갔다. "아저씨! 이거요." 마트를 나오는 정호 손에는 켄커피 한 통이 들려있었다.

정호는 들고있던 켄커피를 내밀었다.

"아저씨, 이거요!"

정호가 건네주는 켄커피는 따끈따끈 했다. 

"그래 정호야, 잘 마실게! 정호를 쳐다보며 캔커피를 받았다.

대여섯 살 때 정호는 동네가 알아주는 개구쟁이었다. 10여 년 전의 일이었다. 초소앞에서였다.

 "끼익!" 귀청을 찢을 듯한 금속성이 울렸다. 마을로 올라오던 택시가 급정거를 했다. 택시기사가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이노무 짜식 죽을려고 환장했나?" 택시기사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정호의 엉덩이를 거둬차려고 발을 치켜 들었다가 거뒀다. 분김에 거둬차려고 했었지만 차마 조그만 꼬맹이를 차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 뒤 재지 않고 마구잡이로 달려가던 정호의 세발자전거가 초소앞으로 올라오던 택시를 향해 돌진했던 것이다. "후유." 하고 기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호는 세발자전거를 몰고 "매롱"하면서 도망가버렸다.

정호엄마를 경비실로 소환했다. 불려온 정호엄마는 자초지종을 듣고, "이놈 자식,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하고 잔뜩 벼루었다. 그날 밤에 정호는 엄마에게 엉덩이 꽤나 맞았을 것이다.

주머니에 잔돈이 있을 때면 정호 남매에게 집어주곤 했다. 사탕 사먹으라고.

정호가 건내주는 캔커피를 마시며 웃었다. 빙그레 웃었다. '자식, 참 많이 컸네.' 그렇게 궁시랑거리며 벌컥벌컥 캔커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작년 겨울 어느 날, 쓰레기집하장에서 승하를 만났다. 승하는 101동에 사는 김천대 간호과에 다니는 여대생이다.

나를 본 승하가 말했다.

"아저씨, 저녁 드셨어요?"

"그래, 조금 전에 먹었다. 니도 먹었나?"

"예, 저도 좀 전에 먹었어요. 근데 아저씨,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때 걸르지 마시고 제때 잡수세요. 아셨죠!"

"그래, 알았다 네말대로 그렇게 하마.".

정년퇴직을 하고 아파트경비원으로 취업했을 때, 승하는 초등학교5학년이었다. 승하는 동생과 함께 노루새끼마냥 아파트 마당을 겅충겅충 뛰어다니며 놀곤했었다.

"승하야! 위험한 외곽도로에서는 놀지 말고 지금처럼 아파트마당에서 놀아야 된다. 알겠지?"

"예!" 승하는 생긋 웃으며 그리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아이들이 참 많이도 컸다. 승하는 예쁘게, 정호는 듬직하게 컸다. 내년이면 정호가 고1이 되고 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서 직업전선에 뛰어던다.

세월이 아이들을 키웠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세월을 지휘하는 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 아이들을 맑고 밝게 자라게 허락해 주신 저 푸른 하늘님께 고맙다고 허리숙여 절이라도 올려야 될 것 같다. '우리 아이들 잘 크게 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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