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부부싸움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1. 30. 11:12

우리 내외는 눈만 마주치면 싸운다.

그렇게 쌈하면서 45년을 살아왔다. 우리 내외는 자다가도 싸운다.

"왜 내 귓구멍에다 대고 숨을 쉬요!"

"......"

말같지 않은 말이라 대꾸조차 하기 싫다.

한참을 자다보면 또 이런다.

"왜 날보고 자요?"

나는 잠을 곱게 자지 못한다. 잠자리에 들 때는 꼭 바로 반듯하게 눕는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좌로 굴러고 우로 굴런다. 어떨 때는 바싹 움추려 새우잠을 자기도 한다.

'캄캄한 밤중에 귓구멍인지 콧구멍이니 알게 뭐람. 내가 뭐 자기 보고 싶어 보남. 자다보니 자세가 고로콤 되었지.'

꿈인듯 생신듯 그렇게 궁시랑거리며 "끙"하고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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