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눈.1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 12. 08:14

 

아침, 출근길에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린다기보다는 그저 흩날렸다. 초소에 짐을 풀어놓고 제설작업을 한다. 초소 앞과 지하주차장 입구를 스륵스륵 쓴다. 각 동 현관 입구와 계단, 인도도 비질을 한다.

 

"아침부터 고생하십니다."

 

지나가는 주민이 인사를 건넨다.

 

"예, 안녕하십니까? 눈이 오락가락 하네요."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빗자루 들고 서있다시피 해야한다. 이럴바에야 한꺼번에 푹 내리고 그치는 것만 못하다. 오늘밤에 퇴근해 집에 돌아가서 집사림에게,

 

"오늘 아침에 눈치우느라 고생했네."

 

라고 하면 집사람은 필경 이럴 것이다.

 

"고래 온 것도 눈이라고, 고 것도 눈쳤다고!"

 

일기예보만 믿어본다.

'오늘 영남지방엔 눈 온다는 소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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