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오십원짜리 동전 한닢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8. 3. 22:40

 

저녁을 먹고있는데 누군가가 "똑똑!" 노크를 했다.

초소문을 열어보았더니 열한 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어린이가 생긋이 웃으며 서있었다. 우리집 손녀딸처럼 예뻤다. 초등학교4학년쯤 되어보였다.

아이가 조그만 손을 내밀었다.

 

"이거, 공원에서 주웠어요."

 

아이의 손에는 오십원짜리 동전 한닢이 쥐어져있었다. 동전은 새하얬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배운대로 주운 물건은 주인을 찾아 돌려주어야된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는 경비실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 착하구나! 몇살이니?"

"열한 살요."

 

예상했던대로 아이는 열한 살 우리집 손녀딸과 동갑내기였다.

아이를 돌려보내고 밥을 먹어면서 생각했다.

'이 돈을 뭤에 써노. 이 눈꼽만큼 적은 돈을 도대체 뭤에 써야되노! 그래, 눈 한번 딱 감고 한 천 배쯤 보태 연말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어보자. 맘만 먹었지 제대로 된 성금은 한번도 내어보지 못한 내가 아니었던가. 여태껏 못해본 그일을 올연말에는 꼭 한번 몸으로 행해보자!'

 

양치질하러 화장실에 가는 길에 서쪽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님이 넘어가신 서쪽 하늘은 참으로 고왔다. 오십 원짜리 동전 한닢을 들고 온 아이의 맘처럼 물색없이 고왔다. (2017.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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