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10시쯤이었다.
101동 앞에서 101동 0004호 아지매를 만났다. 아지매는 늘상 그시간경이면 쓰레기장 앞을 지나가곤 했다. 아지매는 매일같이 그렇게 운동을 나가시는 것이었다.
중풍이 지나갔다는 아지매는 걸음걸이가 잘숙잘숙했다. 아지매걸음걸이는 언제 어느 곳에서 보아도 늘 변함이 없었다.
"아지매, 운동가니껴?"
"예, 동네 한바꾸 돌아보려고요."
"좋지요. 조심해서 댕겨와요."
그때 야쿠르트 아줌마의 전동차가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지매는 전동차를 세우더니 크다란 야쿠르트 두 통을 사서 내게 건내주었다.
"고맙십니대이. 2초소 올라가 논가 마시면 되겠니더."
"안돼요. 혼자 마셔요. 한통은 지금, 한통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오후에 마시면 되잖아요."
나는 그렇게 하겠다며 휘적휘적 걸어서 초소로 돌아왔다.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야쿠르트 두 통은 아지매의 조건부 기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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