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였다.
마트 앞 외곽도로를 쓸고 있는데 엄마와 함께 마트에서 나오는 홍채를 만났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
"예, 안녕하세요. 근데 홍채가 참 많이 컸네요. 6학년인가요?"
"5학년요."
엄마와 딸이 동시에 대답을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궁합이 척척 맞는다.'고 한다.
"아저씨, 우리 홍채가 이 거 아저씨 드리라고 하네요." 홍채엄마는 손에 쥐고있던 빼빼로 한 갑을 내밀었다.
"예, 잘 먹을게요. 그런데 어른이 아한테 얻어 먹어도 될란가 모르겠다."
홍채는 열두 살 초등학교5학년이다. 산동네인 106동에 산다. 홍채는 말을 참 잘한다. 언젠가 쉼 없이 나불거리는 조그만 홍채 입을 본적이 있었다. 홍채엄마는 그런 딸내미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말 잘하는 사람들은 말이 물흐르듯 입에서 술술 나온다. 농구해설가 신동파, 쇼트랙해설가 이준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이다.
3초소에 근무할 때 홍채를 처음 만났다. 그때 홍채는 채희, 혜영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홍채와 채희는 여섯 살, 혜영이는 일곱 살이었다.
11월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한다. 11월11일은 1자 네개가 나란히 겹치는 날이다. 몸매를 아주 중히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은 언제부턴가 이 날을 '빼빼로 날'이라고 부르며 기념하기 시작했다. 친구나 연인에게 빼빼로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빼빼로처럼 날씬해 지라는 바람이 선물속에 깔려있을 것이다.
롯데의 상술과 맞아떨어져 이 날은 젊은이들 사이에 그 무슨 전염병처럼 기념일로 유행되기 사작했다.
'일흔의 나이에서 58을 뚝 잘라내고 열두 살 소년으로 되돌아간다. 조 어린 녀석의 친구가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빙그레 웃어본다. 동화속의 주인공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