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동무생각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4. 6. 10:33

 

 

중학교2학년때이었든 것으로 기억된다. 반에 '우상근'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태수도인가 뭔가를 한다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이모댁이 있는 함박골에 집이 있었다. 싸움을 잘하는 친구였다.

무었때문에 그랬는지는 생각이 안난다. 어찌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와 시비가 붙었다. 시비끝에 방과후, 학교 뒤 잔디밭에서 한판 붙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 우린 잔디밭으로 올라갔다. 상근이가 앞장을 섰고 내가 뒤따라 갔다.

싸우려고 갔으면 싸워야 할텐데 상근이는 잔디밭에 털썩 궁덩이를 깔고 앉았다.

 

"동한아! 우리 얘기좀 하자."

"뭘?"

"니, 내캉 두영이 형캉, 얼매나 친한지 아나?"

"....."

함박골 사는 두영이 형은 이종사촌 형이었다.

"그라니 내가 니캉은 싸울 수없는 거 아이가."

"듣고보이 그랏키도 하네."

"니, 공부 잘하지. 영어는 전교에서 젤잘하지. 니, 영어좀 가르쳐 도고. 내가 알아 들을 수있게 쉽게 쉽게.내는 공부 못해 큰일 아이가."

"그래, 그러케 해보께."

"동한아, 우리 앞으로 잘 지내 보재이."

상근이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잡은손을 힘차게 흔들어 댔다. 의리를 목숨처럼 안다는 그 무슨 건달인냥 그렇게 흔들어댔다.

봄볕이 따뜻했다

 

서른에 귀가 몇개 붙은 어느해 가을, 고향길 열차안에서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얘기끝에 상근이 이야기가 나왔다. 상근이가 죽었다고 했다

"왜에?"

"병에 걸려 죽었다네."

믿기지 안았다. 그렇게 건강했던 상근이가 병으로 죽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망할 노무 자식, 그때 나를 죽도록 두두려 패주기라도 했드라면 이렇게 가슴에 담아 두지는 않았을 텐데. 나뿐 노무 자식.'

 

옛 친구가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도 나이탓이렸다.

'미니 픽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싸움  (0) 2016.11.30
세월과 아이들/문경아제  (0) 2016.11.16
빼빼로의 날  (0) 2016.11.12
그 시절 그 노래  (0) 2016.09.04
반전(反轉)  (0) 201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