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앞, 골목길엔 언제부턴가 장이 선다고 했다.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서 발생하는 것이 시장이라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우리 집앞 골목길에 서는 장은 분명, 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장이다.
내 눈에 띄기라도 했드라면 "찰칵"하고 사진을 찍어 시청에 고발했을 것이다. 난전(亂廛) 단속좀 해달라고.
집사람은 몇번을 보았단다. 손님을 끌어 모우는 난전을 트는 상인들의 기막힌 재주를. 어리버리한 집사람은 장꾼들의 그 기막힌 재주에 현혹되어 신고를 못했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난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증거를 확보해서 시청에 신고하고 경찰서에 고발하면 과연 내 민원을 접수해 줄까?' 라고.
아닐 것이다. 전혀 아닐 것이다. 신고하고 고발한 나만 숙맥이 될 것이다. 그 원인은 언젠가 쓰여질 '난장(亂場).1'에서 밝혀 두기로 독자들에게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