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부.1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7. 1. 16:02

어제는 당직을 했다.

여름날이라 날씨가 후덥지근했다. 당직은 철야를 해야한다. 이런 날에 당직을 서려면 잠을 설치기 마련이다. 자는둥마는둥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아침,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때르릉 때르릉" 전화벨은 쉬지않고 숨이 넘어갈듯 울려댄다.

'아침부터 무슨 노무 전화벨이 저러케 울리쌌노!' 그렇게 궁시랑대며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아죽 자고 있남요. 고로케 벨을 눌리고 대문를 뚜디리대도 못들어 먹고, 빨리 대문 열어놔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집사람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열두시가 넘었다.

"아이구우 손바닥 아파 쥭겠네."

집사람은 대문을 하도 두드려 손바닥이 아프다고 했다. 대문을 안열어 주기에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전화를 했다고 하였다.

"그러케 가지고 댕기라고 캐도 폰은 왜 안 가지고 댕기노."

"그 무거워 빠진놈을 뭐 할라꼬 가지고 댕긴담. 전화도 별로 오지 않는데."

집사람은 생억지소리를 한다. 언젠가 집사람은오늘처럼 그렇게 억지소리를 하다가 딸아이에게 혼난적이 있다.

딸아이는, "엄마는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남에게 덤탱이를 씌우냐." 고 했다. 집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인데도 나한테는 덤벼던다.

내외란 그런 것이다. 그것이 부부아다. 때론 억자도 부리며, 그러다가 서로 다독이며 안생길 함께 걸어거는 것이 부부다.

싱긋이웃어버리며 오늘도 잡사람의 생억지를 받아준다. 젊을때 같으면 어림번푼어치도 없는 그런 생억지를 눈 지그시 감고 받아 넘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장  (0) 2016.07.11
예비 작가들  (0) 2016.07.09
참새새끼  (0) 2016.07.01
우리 집 안방  (0) 2016.06.21
심성(心性)  (0) 201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