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소설

모정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6. 23. 14:10

짹짹짹짹.

이른 아침부터 새소리는 들려왔다.

아침나절이 될때까지 새는 그렇게 울어댔다.

"왠 새가 저리 우노!" 집사람은 그렇게 궁시랑대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리 좀 나와봐요."

집사람이 불렀다.

"왜?"

"좀 나와 보라카이."

"뭣 때문에 나오라카노."

나는 귀찮다는듯 그렇게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집사람은 산당화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집모퉁이에 서있었다.

"저어기 참새새끼 있어요." 집사람은 저쯤에 있는 집뒤안 문 앞을 가리키며 참새새끼가 있다고 했다. 집사람과 나는 어린 참새새끼가 애절히 울어대고 있는 뒤안 문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참새새끼는 두두바리같은 내가 붙잡기에는 너무 약빨랐다. 어미새처럼 능수능란하게 잘 나르지는 못했지만 날개짓을 제법 했다. 잡으려니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참새새끼는 내 손길을 피해 뒤안 모퉁이에서 앞마당으로 도망쳐나왔다. 어미참새는 새끼를 데려가려고 높다란 매실나무 꼭대기에 앉아 애달프게 울어대고 있었다.

'조 녀석을 붙잡아서 매실나무가지에 올려놓으면 될낀데.'

몇번 더 잡으려고 시도를 해보았으나 역시나였다. 그렇게 허탕을 치고 집사람과 나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사람집에 온 귀한 손님인데, 저 어린 것이 목도 마를 텐데...!" 그렇게 중얼대던 집사람은 조그만 접시에 물을 담아 마당에 내어놓았다.

"어-올라갔다. 올라갔어! 나와 보래요. 참새새끼가 나무위로 올라갔어요."

밖으로 나가서 매실나무를 올려다보았더니 참새새끼는 매실나무가지에 앉아있었다.

나무에 올라가서도 참새새끼는 어미를 찾으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랬는데 나무위가 시끌벅적했다. 새끼 울음소리를 듣고 어미새가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

시끌벅적하던 나무위가 쥐죽은듯 조용하기에 밖을 내다보았더니 날아가고 없었다. 어미참새가 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날아간 모양이었다.

새끼참새의 가녀린 울음소리와 어미참새의 모정이 날아가고 없는 매실나무가지에는 한낮의 고요만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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