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네 집에는 식구가 다섯입니다.
할머니, 엄마와 아빠, 혜원이와 동생 건현이, 이렇게 모두 다섯입니다.
혜원이는 열 살, 초등학교3학이랍니다. 동생 건현이는 1학년이고요. 눈동자가 크다랗고 눈썹이 새카맣게 짙은 건현이가 올해 들어 부쩍 컸습니다.
혜원이를 만날때면 경기도 의왕에 살고 있는 손녀딸 신우가 생각납니다.신우도 혜원이처럼 예쁩니다. 열 살, 동갑내기 초등학교3학년입니다.
혜원이 할머니를 길에서 만나면,
"우리 혜원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 큰일일시더."
라며 그렇게 걱정을 합니다.
혜원이 엄마는 전업주부입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치과에 다녔다고 하던데 아이들 때문에 전업주부가 되어버렸답니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아이들에게는 딱이지요.
혜원이 아빠는 철도공사 직원입니다. 혜원이 아빠는 몸이 참 좋답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균형이 잡힌 몸이니까요. 혜원이 엄마는 키가 살망하고 예뻡니다. 목소리는 나직나직 조금은 허스키하지요.
이른 아침이면 경비실 창너머에서 도란도란, 속닥속닥, 얘기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건현이와 엄마가 유치원차를 기다리며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3월초에 건현이가 초등학교1학년이 되고부터 그 다정스럽 얘기소리를 들을 수가 없게되었습니다.
늦은밤, 혜원이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좁다란 공원길을 올라갑니다. 느릿느릿 스리슬슬 올라갑니다.
"조심해요. 밤늦게 뭐할라고 나와 댕기나요. 몸도 좋잖은데."
깩 소리를 지르면, 파킨스 병을 앓고 있는 혜원이 할머니가 천천히 돌아보며 어눌하게 대답을 합니다.
"야, 조심할께요!"
"구구구구 자식죽고 구구구구 계집죽고
앞 마당에 메어놓은 황소 죽고 구구구구"
산비둘기가 구성지게 울어댑니다. "소쩍, 소쩍, 소소쩍!" 먼산에서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파란 별빛이 줄기차게 쏟아져내립니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