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닮은꼴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6. 3. 09:11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지만 한낮엔 찌는듯이 덥다.

하기야 6월의 초입에 들어섰으니 더울때도 됐다.

점심나절, 쓰레기집하장에서 작업을 하자니 무척 후덥지근하다. 전번 강풍에 지붕까지 날아갔으니 직사광선이 그대로 바닥으로 쏟아져내린다.

젊은 애기 엄마와 다섯살쯤 된듯한 예뿐 공주님이 쓰레기장에 나왔다. 공주님은 캡속에 든 토마토주스를 빨아먹고 있었다. 토마토를 갈아서 우유를 섞어 넣어서 엄마가 만든 그러 쥬스인 것 같았다. 그런데 공주님은 양손에 쥬스켑을 들고 있었다. 들고 있던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그래, 고맙다. 맛있겠네."

공주님은 생긋이 웃었다.

엄마는 높다란 어느 층에서 쓰레기장으로 나오는 나를 본둣했다.

"너무 더워서요."

"예, 잘먹을게요."

 

불현듯 채희엄마가 생각난다.

채희네는 106동 18층에 살고 있다.

푹푹찌는 어느 여름날 까마득히 높은 곳 18층에서 내려다보고 채희엄마가 외쳐대었다.

"아저씨! 냉커피 가져다 드릴까요?"

"그러만 댕큐지요."

벌써 6년전 일이다. 채희가 초등학교5학년이니 세월이 6년이나 흘러간 셈이다.

그래. 저 애기엄마, 채희엄마를 닮았다. 둘이는 서로 닮은꼴이다.

"뻐꾹뻐꾹뻐꾹"

앞산에서 뻐꾸기가 쉼없이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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